둥글넓적한 얼굴에 동글동글한 눈매를 지닌 소탈한 모습의 자리 짜는 아저씨, 웃통을 벗어 던진 채 지붕 위에서 기왓장을 돌려 잡는 소년, 서당에서 매맞고 우는 친구를 고소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이, 멱감는 반라의 여인을 바위 뒤에서 훔쳐보는 초동의 긴장한 얼굴….
조선후기의 풍속화의 모습이다.
이들 그림은 우리 일상을 해학과 풍자를 동원해 묘사하고 있다.
그림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구수한 맛이 그림에 숨어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산수화는 중국에서 전해진 화보, 즉 '고씨 화보'나 '당시화보'에 의존해왔다.
중화사상이라는 시대 분위기가 반영돼 그림도 중국풍이어야 진짜 그림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소재도 대부분 중국의 것이어서 우리다운 맛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같은 풍토는 겸재 정선에 이르러 변하기 시작했다.
그림에 비로소 우리 강산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풍속화의 주제도 변했다.
요즘 풍속화는 조정의 각종행사 뿐만 아니라 일반서민의 평범한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활을 다루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술계의 변화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풍속화는 수렵도, 전투도, 곡예도, 부엌, 푸줏간 등을 다룬 삼국시대 고구려 벽화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7세기가 지나면서 도교와 신선사상이 유행했고 사신도 계열의 그림이 유행했다.
고려 후기에 이르러서야 불교회화의 하단에 소를 몰아 밭을 갈고 벼를 베고 타작하는 농경장면이 일부 묘사됐다.
조선에 와서 그림의 소재는 급변했다.
궁중과 조정의 각종 행사를 그대로 묘사한 '의궤도'나 사대부들의 야외모임을 그린 '계회도'처럼 교훈적이고 기록성이 강한 풍속화들이 먼저 등장했다.
그러나 18세기 들어서면서 일상사를 보여주는 그림이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윤두서, 조영석, 심사정, 이인상, 강희언 등의 문인화가들에 의해 개척됐다.
특히 윤두서의 '채애도'와 조영석의 '새참' '바느질'은 풍속화의 새로운 장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그림은 여전히 중국 화첩의 산수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에 인물만 조선의 모습이란 게 대체적인 평가였다.
최근에 두각을 드러내는 김홍도와 김득신, 신윤복 등의 그림은 조선의 풍속화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이들은 시장거리나 시냇가, 마을입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의 정겨운 모습을 화폭에 담고 있다.
땀과 웃음이 배어있는 실제 인물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