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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감옥으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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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대구교도소에서 무기수의 신분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으나 다만 우표 몇 장씩이라도 보내서 힘든 병에 걸려 어려운 삶을 사는 분들께 작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 희망을 붙잡고 마음의 문을 열고 병마를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매일신문은 대구교도소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속에는 '아픈 사람을 도와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와 함께 24장의 '월드컵 4강 기념' 우표가 곱게 끼워져 있었다.

편지를 보낸 주인공은 2000년 중죄를 짓고 무기형을 선고받은 김시종(가명·40)씨. 26일 취재진이 만나본 그는 작지만 다부진 체구에 범죄자의 모습은 몸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머리를 깎은 채 합장하는 모습은 마치 스님같다는 느낌을 주었다. 취재 전 사진에서 봤던 살기 가득한 눈매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후회와 반성, 그리고 사경(寫經:불교 경전의 내용을 필사하는 일)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을 훔친 죄를 무엇으로 갚을 수 있겠습니까? 다만 꺼져가는 다른 생명들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뿐입니다."

그는 3년 전부터 매일신문을 읽기 시작했다. 감방내 동료들이 함께 구독하는 신문이다. 그렇게 보게된 신문이 지금은 어려운 사람들의 사연을 담아 도와주는 '아름다운 함께살기'의 열렬 애독자가 됐단다.

"지난 6월 세 자매의 어려운 삶을 담은 기사를 읽었지요. 어딘가에서 힘들게 살고 있을 제 자식들이 떠올라 가슴이 떨렸습니다. 밤새 그리움에 눈물을 훔쳤죠. 내 처지에 뭔가 도울 수 없을까 내내 고민했습니다."

몇 장 되지 않지만 우표는 그에게 보물이자 전 재산이다. 밖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보살님께, 그리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심정을 전하는 유일한 통로. 우표는 그가 세상에 전하는 희망이었다.

"불교에서는 작은 실천이 큰 생각보다 낫다고 합니다. 편지지 10장 분량의 '천수경'을 쓰다보니 마음이 많이 편해졌습니다. 재소자 신분이라 어렵지만 기회가 되면 언젠가 새 생명을 위해 신장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은은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이 배어나왔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살려는 의지와 바른 마음만 있으면 좋은 날이 올 것을 확신합니다." 이 말을 끝으로 짧은 면회시간은 끝이 났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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