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의 의료이야기-(19)무통분만시술 사태

"'무통분만시술 사태'로 의사들이 또 몰매를 맞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데도, 돈을 더 받기 위해 보험적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중년의 산부인과 의사의 푸념이다

최근 발생한 무통분만시술 사태는 이렇다.

무통분만시술은 '100분의 100'이란 보험적용을 받는다.

보험 대상으로 지정해 수가를 통제하긴 하되,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토록 한 것이다.

비용에는 재료비, 약대, 시술료가 포함된다.

문제가 된 것은 시술료 부문이다.

의사들은 책정된 무통분만시술료(2만8천여원)가 현실에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통분만시술을 하기 위해선 마취과 의사를 초빙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7만, 8만원에 달해 최소 15만원 정도는 받아야 '본전'이 된다는 것이다.

수가(酬價)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이다.

물론 제도의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편법에 안주한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다행히 의사단체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이 수가를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이를 보험급여(환자 일부 부담)로 전환하는데 합의점을 찾고 있다.

하지만 불씨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수가 체계의 대수술을 요구할 태세이다.

다른 진료과나 시술 분야에 있어서도 무통분만시술과 비슷한 사례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 부설 의료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진료권 침해 및 보험급여 왜곡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목적을 위해 2번 이상 마취를 하거나 마취 중 다른 마취법으로 변경하면 주된 마취료만 인정받도록 돼 있다.

이는 마취의 난이도, 원가, 소요 인력 등을 감안하지 않은 획일적 기준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수술에 투입된 재료비의 일부만 인정하거나 별도로 산정할 수 없도록 한 항목도 많다.

예를 들면 흉부외과의 기관지 협착 확장술에 사용하는 풍선 카테터(관)는 사용량의 5분의 1개만 비용으로 산정할 수 있다.

외과의 결석제거술, 신경외과의 간질수술 등에 투입된 재료는 대부분 1회용이거나 비싸지만 절반 정도의 비용만 청구가 가능하다.

이런 현실은 진료의 왜곡과 편법을 초래하게 된다.

의사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과잉시술이나 검사를 할 개연성이 높고, 심지어 환자가 수술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의사와 환자의 불신이 조장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질병의 치료에서 의사에 대한 믿음은 정확한 처방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부는 왜곡된 수가의 문제를 환자와 의사의 몫으로 돌리지 말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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