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통 일본풍 음식점 대구 상륙

"왜색(倭色)이 아니라 일본풍(日本風)입니다."

한류열풍이 일본·중국·동남아를 휩쓰는 가운데 '일본풍'이 음식점을 앞세워 조용히 대구 도심에 상륙하고 있다.중구 동성로 골목 구석에 일본 대중음식점들이 하나둘씩 자리잡고 있다. 회집이나 로바다야키가 아니라 '라멘'(일본식 라면), '나베'(냄비요리) 등을 파는, 말 그대로 일본 식당이다.

그것도 일본에서 요리를 배워온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 세 곳이나 있다. 이들은 일본 고유의 맛을 선보이겠다며 일본에서 가져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산시로'. 입구의 일본식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본 대중가요 '엔카'가 손님을 맞는다. 한쪽 벽에는 나무 판자에 일어와 한글로 함께 쓴 메뉴판이 걸려 있고, 입구 바로 앞에는 조그만 일본식 바도 마련돼 있다. 정통 라멘뿐 아니라 일본인들이 일상에서 즐기는 구이, 찜 등 코스요리가 다양하다.

대구에서 10년째 살고 있다는 오제키 미노루(69) 사장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일본식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정통 일본풍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으로 승부하는 것이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로 맞은편에는 우동전문점인 '미야꼬'가 있다. 처음 6개월 정도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아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1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단골로 변했다. 다케모토 가츠시게(57) 사장은 "연세가 지긋한 분들은 옛맛을 찾아오고, 젊은이들은 색다른 일본 맛을 즐겨보자며 찾는 편"이라고 자랑했다.

'사야까'의 경우는 내부가 밝고 화려해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곳의 주메뉴는 돈가스 덮밥과 나가사키 짬뽕이며 찾는 이들도 젊은이들이 다수다. 하야타 히로아키(47) 사장은 문을 연 지 3년이나 돼 우리말도 꽤 유창했다. 그는 "처음 올 때보다 손님이 훨씬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볼 때 일본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도 상당히 변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에 힘을 보태고 싶어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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