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이 초겨울의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풀 먹인 창호지를 문에 발라 겨울준비를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창호지 사이로 낙엽을 넣어 멋을 내던 모습과 손가락에 침을 발라 구멍을 뚫던 기억도 새롭다.
예전에 창호지로 널리 사용되던 한지. 이젠 창호지보다 한지 공예, 닥종이 인형, 한지 데코레이션과 같은 공예품의 재료로 한지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있다.
우리 고장의 대표적인 한지 생산업체인 안동 풍산한지공장을 찾아 이병섭(39)씨로부터 한지 제작과정과 한지 공예에 대해 알아보았다.
◇한지 어떻게 만들까
풍산한지공장을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이병섭씨의 안내로 마당 한쪽에 서있는 닥나무를 먼저 보게 된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는 갈색 껍질에 키가 약 3m정도. 주로 1년생 닥나무를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채취한다.
겨울을 이용해야 껍질 벗기기가 쉽기 때문이다.
닥나무를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은 다음 10시간 정도 삶아서 벗긴 후, 닥나무 껍질을 건조시켜 피닥을 만든다.
피닥은 다시 겉껍질과 속껍질로 분리한다.
이때 속껍질을 백닥이라 하는데, 갈색의 피닥과 흰색의 백닥 가운데 어느 것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한지의 품질과 색감이 달라진다.
메밀 짚을 태워서 만든 잿물을 백닥에 넣어 5~6시간 삶아 4, 5일정도 헹궈서 햇볕에다 표백을 한다.
한지는 화공약품인 표백제를 쓰지 않고 햇볕에다 표백하는 친 환경제품인 셈이다.
표백이 끝난 닥을 넓은 돌판 위에 올려놓고 나무 방망이로 죽이 될 때까지 두들기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죽이 된 닥을 물속에 넣고 그물망처럼 된 발을 이용해 골고루 퍼지게 한다.
이때 닥죽을 얼마나 골고루 퍼지게 하느냐에 따라 두께가 달라진다
발로 건진 종이를 차례로 쌓아놓고 그 위에 널빤지를 올려 밤새도록 물기를 뺀다.
압축기로 완전 탈수 후 건조시키면 한지의 모양이 갖춰진다.
한지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려면 도침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도침은 마무리 작업으로 말린 한지를 수백 번 두들겨서 종이의 밀도와 섬유질을 높이는 작업이다.
"서양 종이는 산성지라서 대개 50년에서 100년 정도 되면 누렇게 변하지만, 한지는 중성 종이라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결이 고와지고 천년 이상 간다"고 이병섭씨가 말했다.
또 "습기와 공기 그리고 햇빛을 통과시키는 성능이 뛰어나 옛날부터 창호지에 많이 사용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한지 제작 과정을 정신없이 살펴 본 어린이들은 "종이 한 장이 이처럼 어렵게 만들어지는지 처음 알았다.
한지가 새롭게 보인다"고 했다.
◇공예품 만들기
공장 옆에 마련된 한지 전시장과 판매장에 들어서니 어떻게 저런 색깔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색감이 고운 천연 오색 한지가 발길을 붙잡았다.
체험팀 어린이들은 용돈을 털어 선물을 사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한지에 대해 알고 나면 한지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것이 바로 한지의 매력인 듯했다.
어린이들은 심우 이창근 서화가가 지도하는 공예전시관에도 들러 한지공예를 만들었다.
꽃, 마패, 까치 호랑이, 하회탈 등의 틀을 이용해 한지를 다진 다음 방망이로 계속 두들겨서 틀에 압착을 시킨다.
약 5분간 한지를 다져 넣은 후, 틀을 떼어낸다.
틀에서 떼어낸 조각품을 본드로 사각 액자에 붙이고 색깔을 입히면 멋진 액자형 공예품이 만들어진다.
이창근씨는 "한지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는데 망치로 두들겨도 깨지지 않는 게 한지의 특징"이라고 했다.
한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체험은 문양을 새기는 탁본, 오색한지를 이용한 거울 만들기, 한지로 그림 그리기, 한지 탈과 한지 전통 문양 만들기 등으로 다양했다.
김경호(아이눈 체험교육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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