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道界지역 그곳에선-(3)상주 모서면 골프장 조성문제

지난 2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생존권 저지투쟁이 벌어졌던 상주시 모서면 호음리와 충북 영동군 황간면 금계리 사이 도계(道界) 지역. 이곳은 요즘 정적이 감돌 정도로 평온하다.

수개월 전만 해도 쉽게 눈에 띄었던 골프장건설 반대 현수막조차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영동레저(주)가 추진하는 상주CC 개발 대상지 진입로에 자리한 호음리 마을은 가을걷이를 끝내고 겨우살이를 준비하는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마을 앞을 지나는 실개천은 지난 2년간 상주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반대대책위를 구성한 충북쪽 주민들의 저지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상주시 모서면 호음리와 충북 영동군 황간면 금계리의 도계(道界). 겉으론 평온한 듯하지만, 넘어야 할 산과 갈등의 골이 깊다.

게다가 이곳과 인접한 곳에 또 하나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지난해 3월 상주시는 영동레저(주)가 '상주시 모서면 호음리 백화산 일대 107만8천여㎡(32만6천여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며 제출한 체육시설 결정 입안 요청서'와 관련, 경북도에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했다.

골프장 조성계획이 알려지자 충북민들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건설반대에 나섰다.

영동군 황간면과 용산면 주민들은 골프장건설반대추진위?구성, 서명작업에 들어가 토사유출 피해와 식수·하천 및 농업용수 오염, 위화감 조성, 금강 및 대청호 오염 등을 이유로 상주시와 시공사 측을 압박했다

특히 이들은 영동군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하고 1천7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청와대와 건교부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 충북주민 300여명은 상주 모서면 호음리 골프장 입구의 '도계(道界)공원'에서 골프장건설 반대 궐기대회를 갖고 강도 높은 투쟁과 실력저지에 돌입,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충북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도 상주시의 골프장 건설추진 방침은 진행됐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상주시 모서면 호음리 주민들은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 홍수시 산사태와 하천범람 우려, 위화감 조성, 백로 집단서식지와 숯가마터 등 자연경관과 문화재 파괴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모서면 정산리 주민들은 "오염된 물로 유기농업을 할 수 없고 지하수 개발로 농업용수 고갈, 농촌지역 미풍양속 훼손, 부동산 투기가 예상된다"며 반발했다.

이들과 달리 영동군 골프장반대추진위 측은 △금계·용암리 등 4개 마을 식수해결을 위한 급수관 사업비 부담 △갈수기 농업용수 부족에 따른 양수장시설 설치 △영동IC에서 접근도로 주변 주민 불편해소를 위한 도로시설 개선 사업비 부담 등 골프장 건설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충북지역 반대여론은 최근 잠잠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발생했던 한 사건이 발단이 돼 충북 주민들의 입장이 바뀐 것. 지난 8월 공청회 과정에서 반대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40여개의 반대 현수막을 다시 내걸었으며 상주시 모서면사무소는 상주지역에 걸린 현수막 8개를 불법부착물로 간주해 철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충북주민 40여명과 상주주민 20여명은 모서면사무소를 찾아 집기를 부수고 면장의 멱살을 잡고 폭력을 행사, 형사처벌 위기에 놓이자 영동군 부군수가 주민 1천200여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들고 김근수 상주시장 등에게 선처를 호소하면서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처럼 2년간 홍역을 앓았던 '영동레저 상주 골프장'이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순항하는 것과 달리 백화산 한쪽에는 또 다른 골프장 조성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주)오렌지엔지니어링 측이 상주시 모서면 화현리와 삼포리 일대 108만여㎡(32만6천600여평)에 18홀 규모의 골프장과 콘도미니엄을 조성하겠다고 나선 것.

지난달 주민설명회에서 모서면 주민들과 상주시농민회는 "지하수 고갈과 생태계 파괴, 친환경 농산물 생산차질 등이 예상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모서면 곳곳에 골프장건설 반대 현수막을 내걸고 싸움을 준비중이다.

이 같은 반대 분위기에 상주시도 애를 먹고 있다.

골프장 갈등으로도 경계 지역사회의 분열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상주·엄재진기자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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