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가에서-'대한민국은 침몰하는가'

섬뜩한 구호다. 이태복씨의 '대한민국은 침몰하는가'라는 섬뜩한 제목의 책에서 대한민국의 활로를 찾는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광고가 유난히 우리의 뇌리를 자극했던 한 해였다.

IMF 시절보다 더 힘겨운 장기불황의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저편에서는 한류라는 미확인 물체가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있다. 대한해협 저편에 불고 있는 한류열풍에 사람들이 잠시 위안이라도 얻으려는 모양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가는 곳마다 세계 영화제를 휩쓰는 통에 대한민국이 침몰한다는 책 제목이 아예 눈에도 안 들어오는 것일까? 이렇게 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진출하는데 '침몰'이라니? IMF가 터진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까지 새어나오는 '대한민국호'의 침몰 이야기는, 그럼 어떤 징후일까?

온 몸에 찬물을 끼얹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없다. 일본의 욘사마열풍이나 김기덕의 영화 운운하며 자부심을 느끼는 것만으로 대한민국호의 침몰을 막을 수 없다. 그것들은 까딱하면 문화적 민족주의만 키울 공산이 더 크다.

우리들이 일본'대만 등지에서 날아오는 한류열풍에 뿌듯해하는 동안 일본은 소리소문 없이 1985년부터 전략적으로 국립아시아박물관을 만들어오고 있다. 자위대 말고도 아시아의 문화적 전쟁기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호는 분명히 침몰했다. 그러나 그것은 80년대부터 부상한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만든 닉스의 시대가 끝난 것일 뿐이다. 최근 러시아'인도'중국'브라질이 신흥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면서 닉스의 시대가 브릭스의 시대로 이행하는 중대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21세기는 브릭스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무한한 자원과 문화의 보고인 러시아 등이 주도하게 될 브릭스의 시대는 우리가 한류를 만들어 전 세계에 역수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보인다. 국가전략적인 맵핑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득재 대구가톨릭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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