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韓·日 두 정상 '여전히 깊은 골'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올해도 막바지에 이른 17, 18일 이틀 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내년이 우리로서는 잊지 못할 치욕의 을사조약이 맺어진 지 100년을 맞는 해이고 여기다 이번 회담 장소마저 정한론의 발상지라는 가고시마였다는 점에서 묘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일본측으로서야 가고시마가 총리의 본래 고향이요 서구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와 '유신의 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을 끼지 않아도 그동안의 한'일 관계가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다는 것은 양쪽 국민 모두가 절실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욘사마' 열풍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일부 관료들이 저지르는 과거사 망언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고, 우리의 역사교과서 왜곡은 도를 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사법부마저 군인과 군속, 위안부로 강제 동원된 한국인 전쟁 피해자와 유족이 13년 간 끈 보상청구소송을 최종 기각했다. 일본의 양심이 실종되는 순간이었지만 그들은 태연하기만 했다.

이번 정상회담도 어쩌면 그런 연장선을 더는 넘지 못하는 인상이다. 북한을 보는 시각만 해도 그렇다. 가짜유골을 두고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압력과 경제 제재도 가능하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가급적 경제 제재로 6자회담이 지장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희망사항"이라며 "성급한 판단은 일본의 국익에도 맞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외교관례상 결례를 무릅쓰고 주문했다. 얼마나 깊은 골인가.

노 대통령은 가고시마까지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계속 암시를 들으려 간 것은 아니다. 물론 내년 FTA(자유무역협정)조기 체결 같은 성과도 있지만 깊은 골을 메우는데는 왠지 미흡하다. 여전히 '멀고도 가까운 이웃' 일본에 대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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