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결식아동 "무료급식 창피해요"

"무료급식을 주는 식당에 혼자 가서 밥 먹는 게 창피하고 정말 싫어요!"

12일 오후 7시 대구 남구 이천동의 무료급식지원 대상자 오상훈(16·가명)군은 늘 그렇듯이 ㅅ분식점 배달 메뉴를 보고 돈가스와 오징어덮밥을 시켰다. 10여 분 뒤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자 오군은 배달원에게 구청에서 받은 식권 2장을 건네줬다.

오군은 지난 여름방학 이후 매일 한끼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정해 준 식당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 그는 "식당에 혼자 가면 왠지 구걸하는 것 같고 혹시나 친구들을 만날까봐 겁난다"며 "차라리 집에서 여동생(14)과 함께 시켜먹으면 마음편하다"고 말했다.

동구 효목동 한 식당은 배달이 안 되기 때문에 무료급식 아동들이 아예 발길을 들여놓지 않는다. 이 식당 주인은 "혹시 학생들이 오더라도 2, 3명씩 함께 오며 혼자 식권을 들고 찾아오지는 않는다"며 "이번 겨울방학 동안만 무료급식을 하고 그만둘 생각"이라고 불평했다.

달성군은 지역이 넓고 급식대상 인원이 얼마되지 않아 급식 대상자들이 쌀, 부식 등 식료품을 전달받고 있다. 화원읍에 살고 있는 김모(13)군은 "부모가 안 계셔 직접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먹으려면 귀찮기도 하고 서글퍼질 때가 많다"고 했다. 서구는 17개 동 중 식당지정은 단 2군데. 나머지는 모두 교회, 복지관, 통·반장,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치의 쌀과 멸치, 김, 어묵조림 등 부식을 만들어 매주 월요일 가정으로 배달해주고 있다. 주로 상하지 않는 반찬 위주다.

중구, 수성구, 달서구 등 일부 복지관에서는 1인당 2천500원의 급식비로 주·부식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급식아동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다. 특히 먼 곳에 사는 대상자들에게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시락을 들고 집으로 찾아가지만 없거나 잘 먹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현수 남산종합사회복지관 아동복지담당자는 "올 겨울 들어 급식아동들이 100명 이상 부쩍 늘었지만 처음 오는 아동들은 이곳에서 밥먹는 것이 부자연스러워 한다"며 "아이들이 마음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에서 겨울방학 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결식 초·중·고교생에게 무료급식을 지원하고 있지만 대구 지역 전체 대상아동의 80%가량은 쌀과 부식 지원, 15%는 식당지정 및 식권 배부, 나머지 5%는 도시락 배달을 해주고 있다.

13일 현재 대구지역 8개 구·군 무료급식지원 대상자는 1만여 명. 이중 달서구가 2천700여 명으로 가장 많으며 동·북구가 각각 1천500여 명, 서·수성구는 각각 1천여 명, 중·남구와 달성군은 각각 500명 정도다. 급식예산은 끼니당 2천500원으로 대구시 전체예산은 21억여 원.

대구시 여성정책과 아동복지담당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아동급식지원 대상자가 3배 이상 늘어났다"며 "앞으로 대상 아동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구·군 전담점검반을 편성해 도시락 배달 및 지정식당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겠다"라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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