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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공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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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현 지음/소나무 펴냄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오사마 빈 라덴이 표지에 함께 실린 재미있는 평론집이 나왔다. 한국 사회 내부를 향한 도발적인 문제 제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임지현 한양대 교수(사학과)가 낸 '적대적 공범자들'은 책 제목에서 비치듯 표지의 인물들이 겉으로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적대적 관계로 보이지만, 실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적대적 관계였다는 뜻을 함유하는 책.

저자는 도무지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듯한 적대 관계 속에 은폐된 공모가 숨어 있다고 말한다. 박정희와 김일성, 나치즘과 시오니즘, 제국주의와 이에 저항하는 민족주의 운동은 적대적이면서도 서로를 강화하는 공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로 파상적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전쟁의 와중에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빈 라덴이 난데없이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어느 날 비디오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며 '9'11 테러 주범은 나였노라'라고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빈 라덴은 미묘한 와중에 왜 이처럼 행동했을까. 임 교수는 빈 라덴이 이렇게 부시를 지지한 까닭(라덴이 나서면서 대통령 후보 지지 판도가 바뀌었다)은 부시가 대통령으로 계속 있어야 이슬람권에서 자기의 세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부시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집권력 강화를 위해서는 빈 라덴은 실로 요긴한 존재인 셈.

저자는 민족주의부터 고구려사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상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의 빈틈을 날카롭게 찌른다. 이 책의 묘미는 상식을 뒤엎는 것에서 오는 카타르시스에 있다.

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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