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의료계의 핫 이슈는 '의료의 산업화'다. 정부는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병원 유치 방침을 발표했다. 또 병원의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쨌든 의료에 대한 공공재와 사회복지적 관점에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는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의료서비스를 관광상품과 연계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거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료의 산업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왜 의료의 산업화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왜 의료의 산업화인가
대구시와 대구'경북병원회는 지난해 지역 의료산업 육성 방안을 찾기 위해 몇 차례 모임을 가졌다. 대구에 외국 기업과 역외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가 필요하며, 또 질 좋은 의료서비스는 다른 지역, 나아가 외국인까지 불러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찾진 못했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산업을 육성하는데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의료법 등 34개 법규의 총 260여 개에 이르는 규제사항이 의료기관의 손발을 묶어 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수가와 광고규제다. 여기에 의료가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을 띠고 있다는 점도 산업화를 전면에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의료의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대부분 국가들이 일정 부분 개입해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불행은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다원화, 고급화되고 있다. 현재의 사회보장이나 복지적 수준의 의료만으론 이 같은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산업의 비중
지역의 환자들은 더 나은 의료기술과 서비스를 찾아서 서울로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동안 해외에서 치료받는 사람은 1만여 명 이상이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00년 기준 한국은행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의료산업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9%로 도소매업(9.2%), 건설업(8%), 금융과 보험업(6.9%) 다음으로 높다.
특히 고령화 사회,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 의료 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어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비용은 연간 9~13% 증가해 2012년에는 최고 13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 산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분야이다.
서영준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의 산업화로 인해 상업주의로 흐를 수 있는 문제점은 있다"며 "그러나 의료시장 개방과 싱가포르, 중국 등이 의료산업을 중점 육성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정부와 의료계도 의료산업 육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의 의료산업은
대구지역에는 4개 대학병원을 포함해 종합병원 12개, 병원 60개, 요양병원 7개 등 병원만 총 79개에 이른다. 12개 종합병원은 약 8천8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이를 3인 부양가족으로 보면 3만5천여 명의 생계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의원, 약국, 의료재료 및 용역업체 등 병원서비스 관련 업체를 포함하면 병원산업이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병원산업의 생존, 더 나아가서 성장'발전은 지역주민의 건강 향상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윤경일 계명대 의료경영대학원 교수는 "병원산업은 서비스 산업이며 서비스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 고객이 되고 이들의 수요충족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결정한다"며 "따라서 지역 의료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의료기관이 지역민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
한국의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진 싱가포르의 래플즈병원은 국내 병원과 의료산업 육성을 위한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 의료보험제도는 국가보험과 민간보험으로 2원화돼 있는데, 이 병원은 국가보험 환자가 아닌 민간보험 환자, 외국인 등 고급 환자만을 진료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펴고 있다. 싱가포르는 의료서비스를 국가 성장엔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연간 100만 명의 외국 환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의 MD앤드슨과 존스홉킨스, 메이요클리닉 등은 한국 등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국제 센터'를 갖춰 통역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주식회사형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한 상태이며 외국인의 의사면허를 한시적으로 인정해 외국 의료산업 자본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심지어 태국, 남아프리카 등의 국가들은 외국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와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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