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쌀 다음으로 많은 농가가 재배하고 있는 작목은 무얼까. 정답은 고추다.
그러면 국내 수입물량 가운데 중국산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채소는? 답은 마늘과 양파다
고추·마늘·양파가 없는 우리 밥상은 생각조차 하기 힘들지만 이들 3대 양념채소는 안타깝게도 '파동'이란 단어로 우리 기억에 더 생생히 남아있다.
더욱이 이들 채소들은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볼 작목으로 꼽히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 이후 그동안 100%가 넘는 고율 관세로 간신히 버텨왔지만 관세 감축이 되면 무차별적인 수입농산물 공세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도전과 응전에 의해 발전하지 않았는가. 우리 들녘에도 거센 변화의 물결에 당당히 맞서 나가는 현장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고품질로 승부
1995년 WTO체제 출범 이후 농산물 중 수입 증가폭이 가장 큰 분야는 채소류다
전체 농산물은 2003년 기준 9.5% 늘었으나 채소류는 99.3% 증가했으며 특히 양념채소류는 95년에 비해 5.8배나 늘었다.
하지만 정갑호(50·안동시 와룡면 지내리)씨는 이런 소식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10년이 넘게 그가 생산한 고추만을 찾는 수많은 단골손님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기 때문이다.
92년부터 고추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6천 평에서 연간 1만2천 근의 태양초 고추를 생산, 일반 농가에 비해 30% 정도 높은 가격에 판다.
8년 이상 미생물을 이용한 퇴비를 사용하는 등 자연농법을 써온 그의 밭에서는 그동안 그 흔한 역병이나 연작에 따른 피해가 한 번도 없었다.
또 조기수확을 위해 100% 터널재배하고 비료도 유기질 비료만 사용한다.
지난해에는 K형 비가림하우스를 도입, 생산량은 4배 가까이 늘리면서도 농약 사용은 5분의 1로 줄였다.
정씨는 "고품질품 생산 비결은 땅심을 돋우는 데 있다"라며 "품질이 알려지면서 수확기만 되면 도매상인들이 줄을 선다"고 귀띔했다.
■생산-유통 계열화는 필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DDA협상이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타결될 경우 10년 후 수입 고추·마늘·양파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고 수입량은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값싼 수입품에 대해 경쟁력을 가지려면 생산비 절감 및 품질 향상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고추종합처리장(RPPC)은 농가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연말 영양군 일월면 가곡리에 문을 연 영양RPPC는 농가로부터 수매한 생고추를 세척·절단·건조·가공·저장하는 일괄처리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농가들은 생산과 수확만 하면 된다.
특히 생고추를 수매, 수매가격 안정효과는 물론 농가의 노동력과 관련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전 공정을 위생적으로 처리해 고품질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금규환 영양군 농정과장은 "종합처리장 운영으로 고추재배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게 됐다"면서 "품질보증제와 자체 브랜드 개발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이 관건
의성군 사곡면 양지리에서 한지마늘 7천 평을 경작하는 오유희(50) 의성마늘발전연구회 회장은 마늘 주산지인 의성에서도 '마늘 박사'로 손꼽힌다.
그는 1천200kg 수준인 일반농가보다 훨씬 많은 10a(약 300평)당 1천800kg을 수확한다.
더욱이 그가 전부 자체 생산해내는 종구도 다른 농가보다 20% 이상 비싸게 거래된다.
25년 동안 마늘농사를 지어온 그가 이처럼 높은 소득을 올리게 된 것은 의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난 95년 개발한 주아재배법을 적극 도입했기 때문이다.
주아(珠芽)재배란 마늘 쫑 끝에 달리는 잣 크기의 작은 열매인 주아를 마늘 수확 때 따 말려놓았다가 마늘씨 대신 심는 방법으로 병충해 예방·생산량 증대·품질 향상의 장점이 있다.
주아재배법을 전파하기 위해 각종 교육에서 수시로 강의하는 오씨는 "마늘 농사는 얼마나 우수한 종자를 쓰느냐에 80% 정도가 성패가 좌우된다"며 "신기술의 적극적 개발 및 활용은 앞서가는 농가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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