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시대의 일본인들은 부자나 부부관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가족도덕사상), 민족 전체의 복지에 대해 어떠한 고려를 했을까(정치사상), 자신들과 다른 계급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했을까(계급의식), 현세의 인간생활에 얼마나 가치를 두었을까(종교사상), 인생에 있어서 재화의 의의를 어떻게 이해했을까(경제사상)….
일본의 태평양전쟁 책임 소재를 밝힌 '교과서 재판'으로 유명한 이에나가 사부로(家永三郞). 일본사상사의 체계적 인식을 생애의 목표로 연구해온 그가 사상사에 관한 최초의 통사(通史)로 쓴 책이 '일본도덕사상사'(예문서원)이다.
이에나가는 이 책의 체계 구성에서도 독특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상 연구에서는 '학파'를 하나의 범주로 삼고 고찰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자는 그것을 각 시대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한 계층의 사상에서 찾았다. 여기서 계층이란 정치'문화적으로 공통의 조건 속에 있는 사회층의 의미로, 구체적으로는 씨성 계급, 귀족'려, 무사, 조닌(町人), 농민 등을 말한다. 이러한 각 계층이 고체하는 양상 속에서 일본인의 도덕사상의 변화를 파악하고 있다.
이렇듯 학파나 인물 중심의 접근을 과감히 청산하고 실제 삶의 현장에서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이끌어가는 추진 세력에 역점을 두고 전개했기 때문에 그 내용과 접근방법이 역동적이면서도 참신하다.
특히 '옛사람의 사상은 옛사람의 입으로 직접 들려주고자'하는 저자의 소신에 따라 이 책에는 고대 일본인들의 진솔하고 거침없는 말과 생각들이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다. 사회운동을 통해 드러났던 역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이 책에서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다.
그는 고상한 지배계층의 윤리학설보다 민중의 삶의 의지 속에 나타난 생생한 도덕사상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의 사상을 일본사상사의 중심에 올리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일본사상을 연구하는 국내학자 뿐 아니라 한국사상사를 연구하는 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일본민족' 자체를 획일적으로 이해해 왔던 일반 독자에게도 계층간의 사상의 차이를 인식하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사상사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자신의 신념을 철저히 실천했던 한 양심적인 일본인 학자의 노작. 이는 일본의 종교'사상'문화'역사'문학에 관심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유익하고 의미있는 참고서가 될 것이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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