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638억 적자낸 KBS

KBS가 638억원의 적자를 냈다. 당장 내 집안살림이 적자인 마당에 방송사 하나쯤 적자를 내든 흑자를 내든 신경쓸 겨를이 어디있느냐 할지 모르나 KBS는 국민들이 세금처럼 내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만큼 여느 기업체하나 적자 나는 것과는 입장이 다르다.

방송사가 천문학적인 적자를 내게 되면 당장 방송 프로 내용과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시청료를 내고 질 높고 공정한 방송을 볼 권리를 가진 국민입장에서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요즘의 일부 방송 뉴스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민주 언론운동 시민연합'같은 방송 감시 시민단체에서 조차 '겉핥기식 뉴스'라는 비판 받고 있다.

실제 KBS 경우는 참여정부가 집권한 이후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사장이 지휘하면서 '공정성'논란으로 상당수 국민(시청자)들로부터 뉴스시간에는 채널을 돌려버린다는 시청거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그러한 시청자의 정서도 아랑곳 없이 특별한 상황에서만 지출할 수 있는 예비비 예산을 109억원씩이나 사원 특별 성과금 명목으로 써버리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지난해 감사원의 지적까지 받기도 했었다.평균 임금이 6~7천만원이라는 고소득도 모자라 사내 근로복지기금이 모자란다며 67억원의 예산을 편법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적자 경영이 안될 수 없다. 그러고도 구조조정 같은건 꿈도 꾸지 않고 있다.방송위원회가 방만한 예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려고 나서니까 방송독립성 침해라며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제돈 내고 차린 민간 방송이라면 적자가 나는대도 돈을 펑펑 물쓰듯 하든 말든 시비할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내는 시청료로 막고사는 공영방송의 경우는 638억원이란 적자를 내고도 감사원이나 방송위에 대항해 방송독립성이니 어쩌니 토를 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복지기금이니 특별성과금 같은 예산 갈라먹는 일에는 손발이 맞던 노사가 적자가 나자 사장측은 '노조가 구조조정 발목을 잡아서…'라고 탓하고 노조는 '사장이 적자책임을 사원에게 떠 넘기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는 집안싸움에 국민의 시선은 더욱 따가울수밖에 없다. 공영방송이 이런 식으로 삐걱대면 시청료 세금내는 국민들로서는 방송이 마음에 안차면 곧바로 납부를 거부할 수 있는 일본의 공영방송(NHK)이 부러워질 뿐이다. 다같은 공영방송인 NHK는 최근 방송이 불신받으면서 일어난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 바람에 720억원의 수익감소를 초래했다.

그러자 NHK가 취한 조치는 한국의 KBS처럼 노사간의 네탓 내탓 적자시비 집안싸움 대신 '전직원 임금 삭감'을 제기하고 나섰다. 잠시 불신을 받았지만 희망이 있는 방송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S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3년간 2만7000명의 직원 중 2900명을 감원하고 프로그램 제작비도 무려 15%(연간 6400억원)을 감액키로 했다. 한마디로 염치를 보인 것이다. 진정한 개혁은 바로 그런 염치 회복의 의지요 행동이다. 다같은 공영방송이지만 유독 KBS만은 왜 그런 염치가 안보이는 것까. 이제 이것저것 남의 개척만 따져왔던 방송도 자기개혁을 할 때가 됐다.

멀쩡하게 높은 시청률을 유지 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끌고 있던 프로(예를 들면 영웅시대같은)를 갑자기 끝내버리는 이상한 결정 같은 것도 좀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독선의 하나다.

시청자의 욕구와 관계없이 또다른 방송자의 자의적인 잣대와 이유(정치적 의도가 아니더라도)로 프로그램이 오락가락 하면 언젠가 국민들은 시청률로서 심판한다. 경기침체도 원인이 있겠지만 KVBS의 광고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현상은 그러한 방송에 대한 국민정서와 심판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견간부회로 정권 편을 들려고 애쓰다보면 어느날 시청자의 불신을 방송사에게로 부메랑 처럼 돌아온다는 진리를 안다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는 저절로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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