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식기반 신도시로 구미 재도약-시민들 반응과 전망

"일류기업·우수두뇌 확보 걸림돌 해소"

2003년 2월 LG필립스는 경기도 파주에 무려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투입해 대규모 차세대 LCD(박막 액정표시장치) 생산공장을 짓기로 한 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파주는 LG필립스의 기업도시로 변모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당시 구미시민들은 LG필립스가 이미 구미공단에 LCD 생산공장이 있고 구미시가 조성 중인 4공단에 첨단업종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이를 뿌리치고 최종 파주로의 투자를 결정하자 충격과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LG필립스가 파주를 선택한 여러 가지 이유 중 "구미 경우는 교통 등 정주 여건상 수도권으로부터의 우수 인력 확보에 취약하다"는 내용에 가장 큰 비중을 뒀다.

지금까지 고급기술 인력들이 구미공단까지 내려오기 싫어하고 설령 구미공장으로 온다 해도 불과 몇 달 내에 자녀교육 문제 등을 내세워 다시 수도권으로 발령받아 가거나 사표를 내고 다른 업체로 옮겨가는 일이 다반사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구미공단에 고급기술 인력들의 정주문제를 해결하는 '지식기반 신도시'가 들어서게 된다.

지식기반 신도시건설은 현재 구미공단에서 추진 중인 기술혁신, 교육, 정주여건 문제를 광역적으로 연계하는 혁신 클러스터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구미 시민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가족을 서울에 두고 혼자 구미공단에서 생활 중인 김정규(45)씨는 "지금까지 구미공단은 자식들의 교육문제부터 시작해 문화·의료시설이 부족한 공단도시에 불과했다"면서 "고급기술 인력들이 대거 몰려드는 기업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구미공단에 삼성·LG 등 전자관련 기업만 240여 개가 입주해 월 평균 약 3조4천억 원어치를 생산해 내고 이들 기업에서 운영하는 부설연구소도 13개에 이르지만 연구인력인 석·박사급 최고급 기술자는 대부분 수도권에 상주하고 있는 형편이다.

박상우 구미시 투자통상과장은 "구미공단 기업도시 건설은 이제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며 "세계적 기업도시인 실리콘 밸리에는 인텔·휴렛패커드(HP), 시스타에는 에릭슨·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기업이 버티고 있듯이 이제 구미도 삼성·LG 등이 포진한 세계적 기업도시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부는 지식기반 신도시 건설에 나설 6개 산업단지를 이미 '혁신 클러스터화' 시범단지로 지정하고 올해 990억 원을 비롯해 2006년 2천89억 원, 2007년 1천994억 원, 2008년 1천41억 원씩 4년간 6천114억 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구미는 올해부터 2008년까지 모두 1천700억 원이 투입된다.

한편 지난해 구미공단에서 극심한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주력 상품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산업생산 46조5천500억 원(전년 대비 29% 증가)을 기록했다.

올해는 5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LCD·PDP TV 등 디지털 전자제품과 모바일, 디스플레이산업 등의 호조세 지속과 중국, 유럽시장으로의 수출 증대로 전년 대비 33%나 신장되는 272억7천800만 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식기반 신도시 건설사업이 추진되는 구미공단의 올해 수출목표는 31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미·박종국기자 jkpark@imaeil.com 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 지식기반 신도시는 산업입지와 경제활동을 위해 민간기업 주도로 개발된 도시로서, 산업시설은 물론 종사원의 정주에 필요한 주택·교육·의료·문화 등 자족적 복합기능을 가진 도시. 특히 대기업과 협력업체 등이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주택·교육·의료시설 및 각종 생활 편의시설 등을 갖춘 자급형 도시를 말한다.

기업이 투자계획을 가지고 도시를 개발한 뒤, 상당수의 인력과 자본을 기업도시로 이전해 간다는 점에서 산업도시와는 다르다.

또 산업도시가 개발에 오랜 기간이 걸리고, 도시 조성 후에 입주기업을 모집하는 반면, 기업도시는 개발 기간이 비교적 짧고, 도시개발과 기업투자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이점이 있다.

대표적인 기업도시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니스, 일본의 도요타(豊田) 등을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0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도시 특별법안을 건설교통부에 공식 제출하고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가 기업도시과를 신설하면서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편 지식기반 신도시는 기업투자 촉진을 목표로 민간기업이 계획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도시와는 개념이 다르다.

올 하반기에 계획이 확정되고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하게 된다.

지식기반 신도시는 산업집적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추진되며, 기업도시는 기업도시 개발 특별법에 의해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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