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진 찍었어?"
싱크대 위에 둔 카메라를 보더니 남편이 한마디 했다.
"네. 왜요?"
"국물이 있어 지저분해 보이지 않을까?"
이럴 때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마누라의 일에 이토록 관심을 가져주는 남편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혼자 가슴이 벅차온다. 계획성 없이 그저 밥해 먹다가 이번 주에는 이걸로 칼럼 쓰면 되겠다 싶은 마음에 당첨(?)되어 즉석에서 사진 찍혀 신문에 소개되는 음식들. 이러다 보니 전문 사진 기자의 도움 없이 직접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언제 뭘 해먹을지 모르고, 그러니 당연히 어떤 요리로 칼럼을 쓸지도 계획에 잡혀 있지 않으니 혼자 해결할 수밖에.
"괜찮아요. 이건 원래 구워 놓으면 이런 걸요 뭐."
"그래도…."
남편은 국물을 닦아내고 깔끔하고 예쁘게 해서 사진을 찍었으면 하는 마음에 못내 아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물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깔끔하고 예쁜 모습으로 사진에 담는 것도 좋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만약 접시에 흥건히 고인 국물을 다 닦아내고 사진을 찍는다면 혹시라도 요리에 서툰 사람이 내 글과 사진을 보고 따라했다가 얼마나 당황하겠는가? 왜 내가 한 것은 이렇게 국물이 생기지? 뭐가 잘못된 건가 하면서 말이다. 한 때는 그 무엇보다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신경을 썼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더라도 진실이기에 소중하다는 말의 의미를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무엇이 더 아름다운가 보다는 무엇이 더 소중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 우연히 점심을 같이하게 된 직장 선배는 화장을 하지 않고 자신을 가꾸지 않는 여자를 보면 정말 이해하기 힘들단다. 아마 그 속에 나도 포함되어 있었으리라. 12년 만에 만난 후배는 "선배인 줄 몰랐어요. 선배가 화장도 안하고 이런 차림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예전에는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라며 너무 변해 얼른 알아보지도 못했다며 왜 이렇게 변했냐고 물었다.
맞다. 변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이 게으름으로 인해 생긴 결과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던가.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당당하고 싶을 뿐이다. 얼굴에 잡티가 다 보여도, 그저 싸구려 청바지에 면 티셔츠만 입어도, 생머리를 노란 고무줄로 질끈 묶어도 예뻐(?)보이는 나. 그 누구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예뻐 보인다면, 부끄럽지 않다면 되지 않겠는가.
칼럼니스트·경북여정보고 교사 rhea84@hanmail.net
◇재료=고등어 ½마리, 양념장(양파 ½개 다진 것,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파 1큰술, 진간장 1작은술, 된장 1큰술, 고추장 1작은술), 생강술 1작은술, 소금과 후추 조금씩
◇만들기=①간을 하지 않은 고등어를 준비하여 생강술을 뿌린 뒤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살짝 한다. ②준비한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③고등어에 양념장을 골고루 바른 뒤 전자레인지에서 6분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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