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맘껏 끼를 펼쳐라…'공개'심사다

대구시립극단 오디션

지난 18일 오후 대구문예회관 시립극단 연습실. 이 시간쯤이면 정기공연 작품을 연습하는 단원들로 인해 시끌벅적해야 하지만 이날 연습실은 적막감 속에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시립극단 신입단원을 뽑는 공개 오디션이 열렸기 때문.

수석단원 1명, 단원 2명, 기획자 1명을 모집하는 이날 오디션에는 15명의 응시자가 몰렸다.

특히 단원 부문에는 12명의 연기자가 응시해 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나타낸 데다 서울, 부산, 순천 등지에서 7명의 연극배우들이 응시하는 등 최근 연극계가 처한 열악한 상황을 반영하는 듯했다.

시립극단의 경우 민간극단에 비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연극에만 전념할 수 있는 때문이다.

응시자들은 7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끼'를 제한된 시간 내에 쏟아내느라 열심이었다.

칼을 들고 나와 칼춤을 추기도 하고, 장구를 치며 판소리 한 소절을 뽑는 사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시험이 주는 중압감은 어느 분야라도 마찬가지인 듯. 그동안 수없이 많은 관객 앞에 서봤을 터인 이들도 이날만큼은 얼굴에 초조함과 긴장감이 역력했다.

부산지역 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이진희(36·여)씨는 "16년 동안 수많은 무대에 섰지만 오늘처럼 떨린 적은 없었다"고 했다.

순천시립극단 전 단원이었던 이기인(38)씨는 "연극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생각이어서 대구까지 찾아오게 됐다"며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공정성 시비에서 벗어나고 실력 있는 연기자를 발굴할 수 있는 공개 오디션이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립극단 이상원 예술감독은 "예년에 비해 경쟁률도 높아졌고, 다른 지역 응시자들이 7명이나 참여하는 등 올해로 8년째를 맞은 대구시립극단의 위상이 높아진 것 같아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극단은 22일 면접 전형을 거쳐 최종 4명의 새 얼굴을 가려낼 계획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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