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유미무죄(有美無罪)?

지난 88년 집단탈주극 주범 지강헌 사건을 계기로 한때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에 빗대 요즘은 '유미무죄 무미유죄(有美無罪 無美有罪)'가 유행어가 되고 있다. 얼굴이 예쁘면 죄가 없고 못생기면 죄가 된다는 의미다. 얼짱'몸짱이 이 시대의 아이콘이 돼버렸고 "다른 건 다 용서해도 못생긴 건 용서못한다"는 잔인한(?) 우스개류가 범람하고 있다.

○…일명 '선풍기 아줌마' 한미옥씨(가명)의 케이스는 우리의 비뚤어진 외모중심 가치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때 밤무대 가수로서 매력적인 용모를 지녔던 한씨는 더 예뻐져야한다는 욕망으로 성형수술을 반복했고 끝내는 그 욕망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스스로 얼굴에 콩기름 등을 주입했다. 보통 사람의 세배 정도나 되는 얼굴에다 이목구비는 흉하게 비틀어졌고 심신은 황폐해질대로 황폐해졌다. 성형중독의 후유증을 충격적으로 일깨워주었던 사례다.

○…물론 외국에서도 외모중시 풍조가 하나의 사회 트렌드가 돼있다. 외모가 개인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짓는다고 여겨 외모에 집착하는 '루키즘(lookism)'이란 용어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씨가 지난 2000년 자신의 칼럼에서 인종'성별'종교'이념 등에 이어 외모지상주의를 새로운 차별요소로 지목하면서 국제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는 국제사회가 비꼴 정도로 중증이다. 얼마전 영국 BBC는 한국의 20대 여성 중 절반이 성형했다는 등 한국이 성형천국이라고 보도했다. 어느 정도 과장됐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학때마다 성형외과에 대기자가 밀리고, 최근 일부 대학이 시도한 사진출석부 제도는 성형 등으로 사진과 실제 얼굴이 달라 곤욕을 치를 정도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침내 보건복지부가 나섰다. 10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외모주의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 '나의 몸,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건강한 심신의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바라기는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식 교육이 되지 않기를, 그리고 유독 '예쁜 여성'을 요구하는 남성들의 그릇된 사고도 바꿀 수 있도록 남녀 공통의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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