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것이 쟁점이다-(11)중·서·달서구 행정구역 경계 조정

대구시의 균형발전을 위해 조해녕 대구시장이 공약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행정구역 경계조정이 차일피일 미뤄져 무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내년 7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조 시장이 지난 16일 시의회에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등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어려움이 있다"고 함에 따라 이 계획의 추진마저 불투명해진 것. 행정구역개편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서·달서구의 입장은 서로 차이가 있다.

당사자들의 말을 들어봤다.

◇ 정재원 중구청장

"대구시가 강한 의지만 보여준다면 행정구역 개편은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

정재원 중구청장은 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 청장은 "대구시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달서구 분구로 자치구가 하나 더 늘어난다면 더욱 기형적인 도시를 만들게 되는 꼴"이라며 "행정구역이 개편되지 않으면 자치구 간 삶의 질 격차도 점차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개편 이유를 밝혔다.

현재 포화상태인 달서구 처리 문제를 놓고 행정구역 개편으로 해결할지, 분구를 통해 갈무리할지는 대구시의 장기적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 안건이므로 공청회를 통해 논의하자는 것이 중구청의 입장.

중구청의 행정구역 개편 요구안은 서구의 비산2·3동과 북구의 칠성동, 고성동을 중구로 편입하고 서구는 달서구의 용산동, 죽전동을 넘겨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정 청장은 "자치구 하나를 운영하는 데 연간 최소 500억 원 이상이 드는데 분구로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그 부담을 지울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시의회와 각 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들 몇 명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시민 전체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어 소수가 개인 이익 챙기기에만 신경쓰기 힘들 것이므로 구·시의회 통과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중구의'행정구역 경계조정 민간추진협의회'는 조속한 행정구역 개편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시에 띄우고 조 시장을 면담하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고 이달 31일 정 청장이 직접 조 시장과 만나 개편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각 구청장들과의 의견조율을 위해서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으며 행정구역 개편은 빨리 추진할수록 좋다고 봅니다.

임기가 다 되어가는 조 시장님도 시장직을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누차 약속한 사안인 만큼 최선을 다해보길 요구합니다.

"

◇ 윤진 서구청장

"아무리 자치구지만 대구 전체의 청사진이 먼저 아닙니까?"

윤진 서구청장은 대구지역이 인구 증가가 아닌 인구 이동으로 인해 거대 자치구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분구는 상식에 맞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달서구가 1천500억 원의 예산으로 분구를 만들 바에야 각 자치구에 200억 원 정도 투입해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진정한 행정 정책이라는 것. 그리고 이것은 대구시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1988년 서구에서 달서구로 분구될 당시 행정 성장잠재력이나 면적 등을 고려치 않고 인구만을 기준으로 구간 경계를 획정해 이같이 불합리한 형태가 됐다"며 "달서구의 용산동, 죽전동 인구 5만4천여 명이 서구로 편입되면 매년 50억 원 정도의 세수가 확보되고 대구 지역 전체도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구는 북구·달서구·중구에 막혀 팽창가능성이 전무하며 달서구와 서구의 행정구역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는 가계가 상당하다는 것. 또 서구지역이지만 달서구민의 이용이 잦은 상리공원, 서구민과 달서구민이 뒤섞인 일산아파트도 심각한 문제다.

특히 매년 8천 명의 인구가 유출돼 10년 뒤에는 인구 10여 만의 소형 자치구가 될 우려가 있다.

윤 청장은 "현 조해녕 시장이 시기론을 내세워 개편불가를 외쳤지만 집을 짓다 못 지으면 다음에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공약사항인 만큼 행정구역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단지 주소지만 바뀔 뿐인데 주민의 삶의 질 전체가 바뀔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시의원·구의원도 정치권의 논리를 벗어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중구의 비산2·3동, 비산4동 요구안에 대해서는 "중구는 서구와 같은 입장인데 우선적으로 요구안이 없는 북구에 대해 구획 개편의 가능성을 먼저 열어야 한다"며 "대구지역 전체가 흐트러질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 황대현 달서구청장

"대구시 전체의 발전을 위해 지금은 자치구역 개편을 논할 시기가 아닙니다.

행정구역 개편이 아닌 자치구역 개편을 위해서는 주민 동의, 법률 개정, 정치적 변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

황대현 달서구청장은 대구시 자치구역 개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중구를 비롯해 서구·남구에서 공세적으로 대구시 지도를 다시 그리자고 주장하고 있지만 달서구는 인위적인 개편보다 자연스런 분구(分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황 청장은 "현 시점에서 8개 자치구·군이 새로운 선을 그어 행정구역상에 동(洞)을 바꾸는 것은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며 "달서구의 인구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만큼 다음해 연말쯤 월배·성서로 나눠 9개 기초자치단체를 만드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제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가 16개 구·군인데 반해 제3의 도시라 일컬어지는 대구시의 기초자치단체가 그 절반 수준이며 인천광역시보다도 2개구나 적다는 것.

이에 달서구는 이미 구청 차원에서 분구추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으며 민간차원에서도 성서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분구추진운동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성서경찰서는 이미 착공돼 오는 10월쯤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인근에 들어설 가칭 성서구청 역시 부지가 확보돼 성서소방서, 지적공사 등과 함께 새로운 행정타운이 들어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청장은 "달서구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대구 전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자치구역 개편이 필요하고 해당 주민 다수의 동의 절차를 거친 뒤 합당한 법적 절차를 거친다면 거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채정민 cwolf@imaeil.com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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