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많은 기탁금을 받아보기는 처음입니다.
"
영덕군 지품면 지품초교 김태승(58) 교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7일 팔순을 훌쩍 넘긴 백발의 재일동포 노인이 학교를 방문, "필요한 곳에 사용하라"며 200만 엔(한화 약 1천850만 원)을 내놓았기 때문.
적잖은 성금을 낸 주인공은 신현걸(83) 옹. 이날 오전 10시쯤 불쑥 교장실을 찾은 신 옹은 '지품초교 2회(1934년) 졸업생'이라면서 일본어 명함 한 장과 함께 봉투 하나를 내밀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유일한 당부는 '돈은 후배들을 위해 사용하되 가급적 조용히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 교장이 감사의 서한을 보내야겠다며 수소문한 결과 신 옹은 첩첩산중인 영덕군 지품면 도계리 출신으로 22세 때 징집돼 일본으로 끌려갔다.
일본의 패전 이후 현지에 정착, 숱한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며 일선에서 물러난 10여 년 전부터 매년 한두 차례씩 고향을 찾아오고 있다.
김 교장이 특히 놀란 것은 신 옹의 남다른 고향사랑과 조국애. 이번에도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계 2리를 방문, 300만 원을 마을잔치 비용으로 전달하는 등 고향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봉사를 계속 해왔으며 태풍피해 등 크고 작은 재난이 있을 때면 주일 대사관을 통해 성금을 꼬박꼬박 보내주는 등 선행을 펼쳐왔다.
11일 엔화를 원화로 교환, 학교운영통장에 입금시킨 지품초교는 신 옹의 새까만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실 단장 등 시설 개보수 및 복지사업에 사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김 교장은 "신 옹이 자신의 선행을 드러내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너무 훈훈한 미담이어서 알리게 됐다"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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