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폭행 당한 어린이 '정서 불안'증세

"이럴 수는 없습니다. 구속 수사를 통해 관련자 모두를 엄벌해야 합니다"

대구시 서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보호 중인 어린이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대구 서부경찰서 홈페이지(sb.dgpolice.go.kr)와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www.dge.go.kr)에는 13일 이 사건과 관련한 네티즌들의 비난성 글이 수백건이나 올라왔다.

글을 남긴 네티즌들은 "어린이를 학대한 원장이나, 학대당한 어린이들을 보고도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학교 담임교사들도 모두 책임이 있는 만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해 관련자들을 엄벌하는지를 지켜보겠다"며 강력한 처벌을 희망했다. 이번 사건은 한 시민이 지난 9일 대구시 서구의 한 시장에서 얼굴 부위에 심하게 멍이 든 대구 D초교 4학년 H(9)양 자매를 발견, 부모의 아동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지게 됐다.

H양 자매는 양쪽 눈 부위가 심하게 멍이 들었거나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지는 등 육안으로도 심한 폭행을 당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어린이들은 시민에게 발견될 당시 눈물범벅이 된 채 "신고하면 안돼. 혼나니까 어린이집에 빨리 가야돼요"며 말해 이들이 심한 폭행으로 정서불안 증세까지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H양 자매의 피해는 부모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돈을 받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던 어린이집 원장 P(46.여)씨의 폭행에 의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P씨는 지난 3월 24일 오후 3시 30분께 자신의 어린이집에서 보호하고 있는 H(9)양 자매가 '외상으로 빵을 구입해 먹었다'며 북을 칠 때 사용하는 채로 머리를 때리는 등 10여차례에 걸쳐 폭력을 행사했다.

P씨는 경찰에서 "아이들이 상습적으로 외상 군것질을 해 버릇을 고치려고 교육차원에서 몇차례에 걸쳐 막대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H양 자매는 "어린이집 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하거나 약속을 어겼을 경우 플라스틱 막대로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3-5회 정도 맞은 적이 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H양 자매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부모가 모두 외지에 돈을 벌러 떠나면서 최근 1년여동안 이 어린이집에서 거주하며 학교에 다녔으며, 찜질방 종업원으로 일하는 H양의 어머니는 원장 P씨에게 아이들의 생활비와 용돈으로 매달 60만원씩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P씨를 일단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정확한 폭행 경위 등을 조사하는한편 어린이집 원생과 직원 등을 상대로 P씨가 또 다른 부당한 폭행을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H양 자매는 사건이 불거진 뒤 대구시내 한 아동보호센터로 옮겨 생활하고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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