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머리 모양이 마음에 드세요?"
12일 오전 동구 서호동 대구종합사회복지관 지하 공간. 김규섭(57·동구 신기동)씨를 비롯한 10명의 이·미용사들이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채 거울 앞에 앉은 노인들의 머리를 정성껏 손질했다.
이곳에서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준 지 10년이 넘은 김씨는 이발경력 30년의 베테랑. 김씨는 대구성보학교(북구 복현동) 지체부자유아동들의 머리를 깎아주기 위해 찾아간 것이 계기가 돼 가위를 들고 봉사현장을 누비게 됐다.
그는 "이젠 이 어르신들이 가족같이 느껴지는데 오래 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더 신경이 쓰인다"면서 "내게만 머리 손질을 맡기겠다는 단골도 있다"며 웃음지었다.
할머니들에게 파마를 해주던 신정분(53·여·동구 동호동)씨도 봉사활동에 동참한지 벌써 10년째. 신씨는 "복지관에 개설된 미용 강좌를 들으려 갔다 함께 참여하게 됐다"면서 "힘들긴 하지만 할머니들의 '파마가 잘 나왔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피곤이 가신다"고 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윤의태(74·동구 동호동) 할머니와 2년여동안 이곳을 찾고 있는 최인석(79) 할아버지는 "이발하는 날이 바깥바람을 쐬는 날이라 아침부터 채비를 서둘러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집을 나선다"며 할머니의 깔끔해진 머리 모양을 살펴보곤 흐뭇해했다.
지난 199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장애인을 대상으로 매달 둘쨋주 화요일 이·미용소가 쉬는 날을 이용해 펼쳐지고 있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