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공적 3과오'

백두산 자락 간도땅에도 봄이 왔다. 만주벌판 조선족의 이민역사도 150여 년이 흘렀다. 헐벗은 이민 1세들의 고난의 역사를 이어 혜란강 강둑을 말달리던 항일선구자들의 조국애가 서린 한맺힌 땅에 올해도 봄은 찾아왔다.

민들레 뿌리랑 봄 남새로 차려진 식탁에서 연변의 동포들을 마주했다. 누군가가 TV를 켰다. 으레 CCTV가 나오려니 했는데 한국의 '열린음악회'가 나왔다.

옆사람이 말했다. "'해신'과 '이순신'이 더 인기디요." 위성방송 덕분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뉴스는 실시간으로 본다고 했다. 그래서 좌석은 자연스레 한국의 정치얘기로 굽어 흘렀다.

자칭 평민이라고 자기소개를 한 사람이 따지듯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에는 '7공적 3과오'라는 말이 있디요. 사람은 열손가락 중 7개의 공적이 있고 3개쯤의 과오가 있으면 된사람이란 뜻인데 실은 절반의 공적만 있어도 잘난 사람 대접해준다는 거지. 그런데 왜 한국은 쥐꼬리만큼 결함만 있으면 사람을 통째 매장하려 드는지 알수가 없어"

자기네는 마우쩌둥(毛澤東) 동상이 아직도 천안문 광장에 내걸리고 위인처럼 받드는 것은 독재와 경제파탄의 부분적 과오가 명백하지만 군벌의 난립속에 피폐된 중국을 통일시키고 항일의 투쟁업적을 남긴 공적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란 거다.

3의 과오가 있지만 7의 공적, 또는 4의 과오가 있어도 6의 공적을 폭넓게 수용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얘기를 덧붙였다. "왜 자꾸 그 사람 흠집만 찍어다 끌어내리려 드는지 모르겠어, 김우중씨도 중국에서는 그의 책을 번역해 출판했을 만큼 뛰어난 인물로 봐. 부도낸 과오쯤 덮어주는 거지. 박정희쯤 되면 독재 과오쯤 공적에 비해 7공적 3과오가 아닌가." 중국형 보수꼴통 계열인가 싶었는데 이어진 그의 한국 비판은 그게 아니었다. "한국사람들 이상한 거 또 한 가지 있어. 왜 걸핏하면 지도자를 자기집 애 취급하듯 ○○○식으로 부르는지 모르겠어. 과오가 7이고 공적이 3뿐이어도 일단은 지도자 대접을 해야지." 선거로 뽑았으면 존중하고 과오가 줄어들고 공적이 커질 때까지 같이 밀어주는 게 낫지 않으냐는 말이었다.

"처음부터 경험이 많을 리도 없고 한꺼번에 공적만 세울 재주도 없지 않나요. 중국에서 볼 때는 사람 평가하는 7'3원칙이 도대체 없어 보인다는거요." 민심이 옹졸하잖느냐는 비판이었다.

위성방송 덕분에 한류 드라마뿐 아니라 정치판을 꿰뚫고 있는 듯 야당에 대해서도 한마디 걸고들었다. "국회서 싸움하는 거 좋아요. 그렇지만 싸우기전에 집안 안에서 의견통일은 해놓고 싸우러 나가야지. 나라 바깥에서 구경할 때는 정말 웃기는 사람들이디요. 여당하고 싸우다가 일단 법안이든 뭐든 통과되고 합의되고 나면 따라야지 뒷다리만 잡고 있으면 뭐가 돼? '7공적' 만들도록 안 밀어주고 '3과오'만 붙들고 물어뜯고 있으면 될 일도 안되지." 위성TV만 보는 평민 논객치고는 논리가 정연했다.

"이왕이면 모국이 돈만 잘 버는 것 보다 생각하는 거나 하는 짓들이 딴 나라 사람들 보기에 밴댕이 속처럼 안 보이게 하는 게 좋은 거 아니오? 박정희도 대강 헐뜯고 노무현 대통령도 대충 모자라도 '7공적' 이룰 때까지는 지도자 대접해 가며 오순도순 싸움질 대강 하고 나라 끌고 가줬으면 만주땅에 대이어 살면서 얼굴 좀 들고다닐건데 말이야." 술잔을 쭉 들이켜며 평민이 말했다.

"이거 내 생각 같지만 사실 중국땅에 사는 조선동포가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거요. 넓은 데 와서 살아보면 가난은 해도 가슴은 넓어져. 제발 모국동포들도 통 크게 좀 살아봐주셔." 옌볜(延邊)에서 들은 '7공적 3과오'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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