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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Travel라이프 유럽 배낭여행-(10)영화 '로마의 휴일' 무대

이탈리아 로마는 영화 '로마의 휴일'이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그곳에는 영화의 잔상들이 고스란히 녹아 해마다 많은 관광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50년이나 더 된 흑백영화지만 영화를 채우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뇌리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 사랑과 함께 영화를 채우는 것은 바로 배경으로 나오는 수많은 로마의 모습들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유럽을 친선방문 중인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가 답답한 생활에서 벗어나 술을 마시다 취하고 우연히 신문기사 조(그레고리 펙 분)의 집에 하루 묵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엮은 것으로 1953년 제작된 흑백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조가 앤 공주를 처음 만났던 포로 로마노 옆 벤치, 조가 앤 공주를 몰래 취재하려고 모략을 꾸미던 판테온 광장의 한 카페, 둘이서 오토바이를 타다 조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앤 공주가 오토바이를 대신 몰고 거리를 활보하던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앞 베네치아 광장, 그리고 작은 무도회가 열렸던 천사의 성 앞쪽의 다리 아래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마치 영화가 로마를 관광시켜 주는 가이드인 것처럼….

뭐니뭐니 해도 영화 '로마의 휴일'의 명장면은 스페인 계단 난간에 살짝 걸터앉아 앤 공주가 아이스크림을 먹던 모습이 아닐까. 스페인 광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놀란 것은 그 높은 계단을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너무나 사람들이 많아 그 앞을 지나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 앞쪽에 작은 분수도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영화에서도 그랬듯 분수의 물은 마실 수 있기 때문에 병에 담아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영화 속 앤 공주를 따라 스페인 광장으로 향한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른 앤 공주가 명품가게들이 늘어선 꼰도띠 거리를 지나 스페인 광장으로 걸어간다. 그곳 노점에서 파는 젤라또를 먹으며 계단에 살짝 걸터앉은 앤 공주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하다. 50년이 더 되었지만 이곳이 영화와 다른 것은 가득 메운 사람들뿐이다. 달콤한 일탈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앤 공주를 조는 취재를 위해 말린다. 그런 그에게 앤 공주는 하루 동안 노천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앤 공주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우리에겐 아주 일상적인 일이지만 그녀에겐 아주 특별했다. 강하게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에서 모두들 표정들이 즐겁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았다. 시원스럽게 쭉 뻗은 꼰도띠 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정면으로 보이는 광장 중앙에 위치한 분수 폰타나 델라 바르카치아. 마치 개구리 모양 같았지만 물에 가라앉은 배 모양의 분수라고 한다. 시원스레 쏟는 분수의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의 또 다른 명장면은 '진실의 입'에서의 조와 앤이 벌이는 해프닝. '진실의 입'은 거짓말을 하면 손을 먹어버린다는 무시무시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쭉 펼쳐진 대전차 경기장을 지나 진실의 입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면 아주 가까운 거리였지만 이곳저곳을 꼼꼼히 보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걸었다.

'진실의 입'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았다. 내심 실망했지만 그래도 '진실의 입'에 손이라도 넣어 보고 싶은 마음에 늘어선 사람들 뒤에 섰다. 조가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잡아먹히는 시늉을 하자 앤 공주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진실의 입'에 서자 그녀의 순수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곳에서 저마다 개성 있는 사진들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들이 재밌다. 하나같이 입에 손을 넣고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하나같이 깔깔 웃어댄다.

이곳을 빠져나와 베스타 신전을 따라 베네치아 광장으로 갔다. 시끄러운 오토바이 소리에 정신이 없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 보이는 베네치아 광장에서는 자동차들이 신호등 없이 경찰들 손짓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 이곳에서 앤 공주는 막무가내로 오토바이를 타고 온 거리를 누빈다. 조가 앤 공주를 오토바이 뒤에 태우고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다 신호위반으로 경찰에 걸린다. 조가 잠시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이 뒤에 타고 있던 앤 공주는 문득 호기심이 발동한다. 혼자서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는 앤 공주. 그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군데군데 숨어있는 로마의 명소들을 다 보여줬다고 할 만큼 로마의 많은 곳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모자라고 아쉽다. 그래서 한참 동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예전 오래된 필름의 흑백 영상을 컬러 영상으로 되돌려 놓은 듯한 로마. 그렇기에 사람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박지혜(대구가톨릭대 조형정보디자인과 4학년)

사진: 스페인광장에 있는 계단. 영화 속에서 앤 공주가 젤라또를 귀엽게 먹는 장면을 찍은 곳으로 로마 시민들과 관광객들로 계단은 발 디딜 틈이 없다.(사진 위쪽) '진실의 입'에 손을 넣고 무척 놀라는 관광객의 표정이 무척 재미있다. 영화 속에서 죠가 손이 먹히는 장난을 치자 앤공주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곳이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 위에서 내려다본 베네치아 광장. 영화 속에서 죠가 교통신호 위반으로 경찰에게 걸려 잠시 오토바이에서 내린 사이, 앤이 몰래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던 곳이다.(사진 아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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