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미꾸라지와 장어

시골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서울 상인에게 판매하는 어부가 있었다.

이 어부가 미꾸라지를 팔러 서울에 가면, 번번이 애써 잡은 미꾸라지들이 다 죽어 버리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부는 우연히 잡힌 장어를 미꾸라지 어항에 넣었더니 미꾸라지들이 요동치며 생기가 되살아나는 것을 발견하고는, 미꾸라지를 팔러갈 때마다 장어를 함께 넣어가 산 미꾸라지를 높은 가격에 팔았다는 일화가 있다.

이 이야기는 생존본능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경쟁의 효용에 대한 비유로 더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IMF사태라는 질곡을 거쳐오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한 업종에 속했던 기업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여 잘 나가고 있는 반면, 정부의 보호 또는 비경쟁적인 환경에 안주했던 기업들은 이미 사라졌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사실을 경험한 바 있다.

요즈음 지역사업자들 간에 대구경제가 유난히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단골메뉴이다.

사실 1인당 지역총생산액이 수년째 전국 최하위권를 맴돌고 그 증가율마저도 같은 현실이니 사업하시는 분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하여 필자는 지역사업자들의 공통된 첫 일성인 "죽을 지경이다"를 "살 맛 난다"라고 바꿀 수는 없을까 되뇌어본다.

그리고 급할수록 돌아가고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라고 우답(愚答)을 한다.

지역정부와 각 사업자단체는 모두를 아우르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핵심역량을 배가시키는 산업·경제정책을, 기업들은 공정한 효율경쟁을, 소비자는 까다롭고 현명하게 제품을 선택하는 즉 시장경제원리와 원칙에 충실하는 길만이 먼길을 돌아가는 것 같지만 첩경이라고….

누구나 치열한 경쟁을 회피하고 싶겠지만,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는 이상, 지역경제 주체 모두가 치열한 경쟁, 그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사즉생(死卽生)의 결단과 경쟁을 촉진시키는 장어역할을 자임하기를 기대한다.

공정한 경쟁은 번영을 가져온다.

대구공정거래사무소 가맹사업거래과장 최상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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