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대학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재수를 하는 소위 반수(半修)가 유행했다. 대부분 사립대학과 일부 국립대에서 한 학기를 마치지 않으면 휴학을 허락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차 교육과정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예년에 비해 반수생이 다소 줄었다. 바뀐 교과과정이 반수를 억제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반수생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일부 대입 학원 관계자들은 반수 문의가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말한다. 7차 교육과정으로 공부한 대학 재학생들은 재수가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2008학년도부터는 현재와는 다른 새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재도전은 그 전에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진학에 실패해 연초부터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재수생들의 성공 확률도 높지 않은 현실이니 반수의 성공 확률이야 말할 것도 없다. 가능성에 대한 엄격한 검증, 치밀한 계획과 단단한 각오 없이 막연히 수능 공부를 시작하면 결국에는 더 큰 좌절감과 시간 낭비로 귀결되기가 쉽다. 반수 결정과 준비 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재수생 증감 실태와 전망
재수생 수는 96학년도를 기점으로 99학년도까지는 매년 줄어들었고 2000학년도부터 다시 늘어나다가 2002학년도부터 다시 감소하기 시작했다. 99학년도까지 재수생 수가 줄어든 것은 상위권 대학의 특차모집이 확대되고 정시모집에서 실질적인 복수지원 기회가 증가해 고득점 수험생들의 탈락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학년도와 2001학년도에 재수생 수가 늘어났는데 이는 수능시험이 너무 쉬워 한두 문제 실수로 희망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2학년도부터는 재수생이 다시 감소했는데, 수험생의 자연 감소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05학년도 감소세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2006학년도에는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서는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 등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 지방 국립대 재학생들이 반수 대열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한 대입 종합반 학원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수도권 유명 대학과 경북대 등의 재학생들이 반수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휴학생 중에는 이공'자연계열 학생이 가장 많고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수를 하려는 학생들은 대개 의'약계열과 사범대, 교대 진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올해 입시에서는 인문계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와 의'약'한의학 계열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훨씬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반수 결정은 신중하게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반수를 시도하지만 실제 성공 가능성은 처음부터 재수를 한 수험생보다 훨씬 낮다. 첫째 이유는 지난해 수능시험 이후 상당 기간 공백기를 거치면서 기본적인 개념과 원리 등을 많이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이 단편적인 지식의 암기를 요구하던 과거 학력고사와는 달리 추리력, 상상력, 고차원적인 사고력, 지적인 유연성과 탄력성 등을 요구한다고 하지만 문제 풀이를 위해서는 바탕 지식과 정보는 반드시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반수생은 그 기본을 회복하고 재생시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반수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최근의 모의고사 문제를 몇 차례 풀어보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테스트를 해보고 회복이 가능한 점수대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반수생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수능 공부는 자신이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과목도 공부를 해야 한다. 따라서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고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는 학생은 어렵고 힘들 때 악착같이 공부하기보다는 나태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반수생들이 뒷심 부족으로 실패한다. 반수를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성향과 마음의 자세 등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한다고 별다른 고민 없이 따라나서는 것은 위험하다.
셋째, 지난해 입시에서 특정 영역이 취약해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올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인문계열에서 언어영역, 자연계열에서 수학이 약했던 학생은 남은 몇 달 동안 공부해서 지난해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우므로 특히 이 점을 잘 고려해야 한다. 어설픈 반수보다는 현재의 대학 생활에 그만큼의 힘을 쏟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 반수를 결정했다면
먼저 7, 8월에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각 영역의 전반적인 흐름을 다시 짚어보고 감각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학원들이 7월 말에 1학기 진도를 끝내고 8월부터 실전문제 풀이로 들어간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다시 확인하고 다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풀이를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지금 반수를 시작하는 학생은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챙겨야 한다.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암기에 대한 강박관념은 벗어나는 것이 좋다. 철저하게 이해에 중점을 두면 어느 정도까지는 저절로 암기할 수 있다. 이왕 시작했다면 공백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의 대학 생활이 사고의 깊이와 폭넓은 시야를 가지게 한 측면이 많아 한편으로는 수능문제 풀이에 적잖은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에 대한 감각을 빨리 회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근 몇 년간의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기출 문제 풀이는 전체적인 감각을 회복하고 영역별 중요 단원과 난이도를 파악하는 최선의 길이다. 그런 다음 올해 치러진 각 입시 기관의 모의고사 문제를 구해 직접 풀어보고 자신의 상대적 위치와 취약 단원을 확인해야 한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만들어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학원에 다니지 않고 있는 반수 희망자들이 기본 개념과 주요 내용을 다시 정리하는 과정에서 EBS 수능강의는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은 시간을 취약 과목에 집중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과목은 방송 교재와 그 수업으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진: 대학을 휴학하고 다시 수능시험에 응시하려는 학생은 자신의 현재 실력과 마음자세, 취약점 등을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사진은 재수생 종합반 학원의 수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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