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 수술, 메스 안대고도 가능하다

'감마나이프'

감마나이프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는 무혈(無血) 뇌수술 방법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감마나이프 수술이 시행됐으나 지난 3월 경북대병원이 이를 도입, 대구에서도 감마나이프 수술이 가능해졌다.

최근 뇌수술은 수술현미경, 항법뇌수술장치 등 첨단 의료기의 영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뇌 심부(深部)에 있거나 뇌의 중요한 구조물에 가까이 있는 질환 부위에는 수술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감마나이프는 마치 돋보기가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방사선을 이용해 주위의 뇌는 보호하면서 뇌의 특정 부위에 많은 양의 방사선을 쬐는 수술기기이다. 메스로 째지 않고 하는 뇌 수술법이다. 현재 사용 중인 감마나이프는 201개의 코발트가 반구형으로 배열돼 배출하는 방사선을 뇌의 한 부위에 집중적으로 조사해 치료한다.

감마나이프의 역사는 지난 1949년으로 올라간다. 스웨덴 카롤린스카병원의 렉셀 교수는 1949년 좌표계산을 통해 뇌의 심부에 정확히 도달할 수 있는 렉셀형 뇌 정위기구를 개발해 뇌 정위 수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그는 이 기구를 사용해 뇌 심부의 아주 작은 부위에 방사선을 정확히 쬐어서 문제 부위를 없앨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1951년 방사선 수술을 처음 실시했다. 그리고 1967년 179개의 코발트를 이용한 첫 감마나이프를 설치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감마나이프는 보편적으로 사용되지는 못하다가 1987년 미국 피츠버그대학병원에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파급되어 현재는 세계적으로 200대 이상의 감마나이프가 보급되어 방사선을 이용한 무혈수술이 활발히 시술되고 있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얼마나 안전하고 또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감마나이프는 뇌 병소(질환을 일으키는 부위)의 좌표를 계산하기 위한 뇌정위수술기를 국소마취로 머리에 고정하는 것 이외에는 출혈을 일으키지 않는 수술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그러나 방사선으로 치료해야 하는 부위가 크면 적은 양이지만 주위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눈 등의 중요한 부분에는 주의해야 한다.

이 수술은 MRI나 CT 혹은 뇌혈관촬영 영상 등을 이용해 정확한 좌표를 얻은 뒤 시술을 하므로 원하는 부위에 치료가 가능하다. 감마나이프 수술은 장비가 매우 비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컸다. 하지만 요즘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일반적인 뇌수술에 비해 부담이 크지 않다.

감마나이프로 수술이 가능한 뇌질환은 거의 모든 뇌종양과 뇌동정맥기형 등 뇌혈관질환, 파킨슨병이나 통증 등의 기능적 질환이다. 최근에는 간질치료에도 시도되고 있다. 특히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므로 고혈압 등으로 인해 수술의 위험도가 높거나 뇌의 위험한 부위에 있어서 수술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 일반적인 뇌수술 후 남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상조직에 들어가는 방사선의 양을 제한하기 위해 보통 병변의 크기가 3cm 이하의 경우가 적당하다. 이 외에도 감마나이프의 치료대상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신경외과 의사와 상의한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감마나이프 수술을 위해선 보통 1~3일의 입원이 필요하다. 먼저 뇌의 좌표를 정하기 위한 뇌 정위장치를 국소마취를 통해 머리에 고정하고 뇌 자기공명촬영(MRI)을 한다. 이 사진을 기초로 치료부위를 컴퓨터에서 설정한 후 환자를 감마나이프 기계에 고정하며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치료한다. 이 때 환자는 그냥 누워 있기만 하면 된다. 치료 후에는 뇌 정위장치를 제거하는 것으로 수술이 끝난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황성규 경북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머리를 열지 않는 무혈 뇌수술인 감마나이프수술은 뇌종양, 뇌혈관질환은 물론 간질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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