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기지·발품으로 정신질환 여성 납치범 응징

피해여성 법적 신분 바꿔 허술한 법규정 극복

50대 남성이 20대 정신질환 여성을 납치해 6년간 동거하면서 심신을 황폐화시키는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허술한 법규정 때문에 처벌을 피할 뻔했으나 검찰의 기지와 발품 덕택에 끝내 쇠고랑을 차게 됐다.

19일 검찰에 따르면 A(사건 당시 29세)씨는 1999년 9월 집 근처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중 성모(당시 52세)씨에게 강제로 납치돼 6년 동안 끔찍한 삶을 경험하게 됐다.

1998년 3월께 교통사고를 당해 편집성 정신분열증세를 보였던 A씨는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판단력이 미약했으며 그런 상황에서 납치됐다.

성씨는 정신적 판단능력이 없는 A씨를 데리고 서울에서만 수차례 주거지를 옮겼고 제주도에 머물기도 했다.

A씨는 성씨에게 끌려다니는 동안 3차례나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A씨는 다행히 지난 달 중순께 길을 배회하던 중 경찰에 발견돼 6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장기간 납치생활에 따른 충격으로 정상적인 의사소통마저 불가능한 상태였다.

검찰은 이후 파렴치 범죄를 저지른 성씨를 구속해 막상 법정에 세우려고 했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에 부닥쳤다.

형법상 결혼을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유인한 결혼 유인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의사 소통도 힘든 A씨가 정식으로 성씨를 고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 김학자 검사는 정신적 약자인 한 여성의 삶을 짓밟은 성씨가 아무런 응징도 받지 않은 채 자칫 자유의 몸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 고민 끝에 묘안을 찾아냈다.

A씨 어머니에게 관련 법률의 허점을 자세히 설명하고 A씨가 한정치산선고를 받도록 설득했던 것.

한정치산 선고가 내려지면 직계 혈족 등이 후견인이 돼 법정 대리권을 행사, 피의자를 고소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는 게 김 검사의 전언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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