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병역과 국적 포기

얼마 전 이중국적의 한국인 남성이 병역의무를 마치기 전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이중국적자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기 위해 행정관청에 몰려간 일이 있다.

이 사태를 보면서 국가의무를 앞세워 저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국에서 애를 낳은 사정과 국적포기의 이면을 깊이 살피지 않고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한 '원정 출산'과 동일하게 매도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문제는 이 법으로 원정출산이 없어질까라는 점이다.

답은 한마디로 'NO'다.

미국에서 출산하고도 한국에 별도로 신고하지 않으면 병역은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이미 이중국적자로 등재된 사람도 35세까지 한국땅을 밟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 부모재산은 해외투자를 한 다음 현지에서 미국인 신분의 자녀에게 넘길 수 있다.

한국에서 내야할 상속세만 미국정부 수입으로 돌아가는 꼴이다.

이 법은 우리나라의 국제화에 기여할 미국태생 한국인들의 모국과의 끈을 아예 끊어버리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도 낳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뻐꾸기라도 키우자는 논리에 따라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재외 거주 국민까지도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거주 영주권자들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해 새로운 '영토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판에 국내 거주 자국민들까지도 외국인 취급을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앞서 아직도 병영 내에서 구타나 가혹행위, 전방 GP내 총기사고, 논산훈련소 '인분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현실이 병역 기피 현상과 국적포기 현상의 원인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로마제국은 5천만 명의 인구에 지켜야 할 방어선이 1만㎞임에도 군사력을 30만 명으로 제한하고도 방위력의 효율성을 제고해 평화와 번영을 실현했다.

경비가 적게 드는 군대 조직을 확립하고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바꾸었는데도 로마군의 질이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명예로운 경력' 즉 공직을 지망하는 사람이 의무적으로 군대경험을 쌓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원제와 직업군인제 등을 적절히 조화시킨 로마의 병영시스템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구시의원 손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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