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 출범 5개월

경산에 사는 권모(65) 할아버지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 부부를 잃은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인 자매를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숨진데다 할아버지도 하루 벌어 하루 연명하는 처지여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소식을 접한 대구경북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즉각 지원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현장 지원센터 유경애 여성위원이 아이들과 '이모결연'을 해 매주 1회 집을 방문, 청소와 반찬을 만들어주고 상담을 했다. 범죄예방경산협의회에서 학원비 50만 원과 쌀을 지원토록 협조를 구했다. 교통안전공단은 교통사망사고 발생시 피부양노부모에게 월 15만 원씩 지원되는 '피부양보조금 지원대상'이 되도록 행정적 초치를 취했다. 권 할아버지는 "주위의 따뜻한 도움으로 기력이 회복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지원센터는 매월 이들 가족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지난 2월 출범한 대구'경북범죄피해자 지원센터(본부장 오순택)가 잰걸음을 하고 있다. 순수 민간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의욕이 남다르다. 덩달아 공조직인 대구지검(검사장 박상길) 피해자지원팀의 지원체계도 속도를 내면서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보복이 두렵거나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겁내 하던 사람들에게 수호천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출범한 지원센터는 5개월로 접어든 현재 70건의 상담을 처리했다. '성 상담 및 가정상담' 등 상담지원이 33건, 고소장 작성 구조상담 등 법률구조가 16건, 의료지원 10건, 생계비나 장학금 지원 등의 긴급구호가 4건이었다. 이 중에서도 의료지원은 심리적 안정 외에 경제적 지원 효과까지 내고 있다. 곽병원과 편한마음신경정신과가 무료로 치료 및 상담을 해준다. 지난달에는 강도를 당한 김모(28'여)씨가 곽병원에서 MRI 촬영 등 80만 원 상당의 치료비를 무료 지원받았다.

지원센터가 민간 조직이라 의료'상담'자원봉사 등에 주력한다면 대구지검의 '피해자 지원팀'은 지원센터와 지원대상에 대한 정보 공유를 하고 정부 예산 배정을 받아 가해자를 알 수 없거나 가해자에게 배상 능력이 없을 때 최고 1천만 원까지 '범죄피해자구조금'을 지원해준다. 지난달 현재 대구지검에는 10건, 8천800만 원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피해자지원팀 이희일 사무관은 "피해자지원센터와 피해자지원팀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점차 지원 시스템이 자리를 잡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원센터는 다음달 대구은행 팔공산 연수원에서 '청소년 사랑의 한마당 캠프'에 피해자 자녀를 초청하고 대경청소년선도장학재단의 소년'소녀 가장 및 결손가정 장학금 지급시 추천하기로 했다. 범죄 피해를 당해 도움을 받고 싶을 때는 대구지검 피해자지원팀(053-751-2010), 대구경북피해자지원센터(053-740-4440)으로 연락하면 된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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