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崔承浩·43) MBC-TV 책임PD는 근성이 있다.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만다. 어쩌면 프로듀서보다 기자가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그는 PD수첩을 만든다. 사회적 강자의 비도덕성을 파헤치고, 약자의 설움을 어루만지는 프로그램이다.
PD가 된 것은 우연만이 아니다. 고교 시절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경북대 행정학과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반에 들어갔다. 배우로 무대에 섰고 때론 연출도 했다. PD 수습을 한 셈이다.
진짜 PD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군대 시절. 암울했던 80년대 초반 대학생활을 한 데다 연극을 하느라 학점이 형편없었던 그는 이래서는 아무것도 못하겠다 싶어 4학년때 군에 자원 입대했다. 어느날 한 동료가 기자나 PD는 학점이 나빠도 언론사 시험에 합격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길을 찾았다. 제대하고 대학에 복학, '끝장을 보듯' 공부한 끝에 86년 MBC 공채에 합격했다.
주위에선 그가 당연히 드라마 PD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다큐멘터리를 선택했다. 세상을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최 PD의 히트작은 '경찰청 사람들'. 현직 형사가 직접 출연하는 프로라 사실감이 더해져 3년간 평균 시청률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PD수첩에서 현장 취재 PD로 뛴 것은 2년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지난 95년 방송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의 검정굴 민간인 학살현장 발굴이었다. 9·28 서울 수복 때 경찰과 우익단체 관계자들이 민간인 수백 명을 학살, 수직 갱에 시루떡처럼 시신을 묻었던 사건이었다. "민간인 학살 사건이 그전까지는 이슈가 되지 못했으나 그 프로가 방영된 후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죠."
그는 지난해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회사 측에서는 강성 위원장이 나왔다고 긴장했으나 유연하게 위원장직을 수행해 대과없이 임기를 마쳤다.
올해 PD수첩 팀에 복귀한 그는 현장을 더 뛰고 싶었으나 회사에서 책임PD를 맡길 정도로 이미 선배가 돼버렸다. 그는 후배 PD 8명을 지휘하며 매주 화요일 방영하는 PD수첩을 책임지고 만들고 진행까지 맡았다. 최근에는 사회지도층 인사 자녀들의 국적포기 문제를 다뤄 주목을 끌었다. 자료를 단독 입수해 공인들의 경우 실명까지 공개했다.
MBC PD 가운데 몇 안되는 지방대 출신이기도 하다. 후배 가운데 지방대 출신은 거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몇 년 전까지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도 고향이 지방인 후배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수가 서울이 고향이고 그것도 강남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걱정입니다. PD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야 사회를 골고루 볼 수 있을 텐데 강남 출신이 주류가 돼버리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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