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별로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선수였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에 선발했을 때만 해도 '선수같지 않은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던 바탕은 무쇠체력과 성실함이었다. 90분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도 남아도는 체력을 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은 '파워엔진'이라고 칭했다.
박지성 선수처럼 전신지구력이 좋으면 흔히'폐활량이 좋다'고 말하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지구력은 폐활량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지구력은 근육으로 산소와 영상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심장과 순환계, 그리고 근육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전신지구력을 나타내는 지표를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라고 하는데 이는 운동부하검사를 하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은 사람은 운동이나 힘든 일을 해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다. 운동을 할 때 영양분과 산소를 적절히 사용해 최적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따지면 연비가 아주 우수한 엔진에 해당한다. 그리고 피로회복속도도 다른 사람에 비해 훨씬 빠르다.
그렇다면 최대산소섭취량이 낮으면 어떻게 될까? 우선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지고 피로회복속도도 늦다. 산소와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뿐만이 아니다. 심장병이나 다른 질환으로 일찍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최대산소섭취량이 좋은 사람은 건강할 뿐 아니라 오래 산다. 몇 년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팀은 운동부하검사를 받은 성인 6천여 명에 대해 10년 뒤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오래 사는 데는 최대산소섭취량이 가장 중요한 결정요인이란 점을 찾아냈다. 최대산소섭취량이 한단계(3.5㎖/㎏/min)씩 높아질수록 생존율은 12%씩 증가했다. 심폐지구력이 수명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흡연 여부나 심장질환의 유무, 비만 등 다른 어떤 요인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전신지구력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일까? 아니다. 심폐지구력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변한다.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최대산소섭취량이 높아진다. 반대로 잘 움직이지 않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최대산소섭취량은 낮아진다. 물론 선천적으로 좋은 전신지구력을 타고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신지구력이 낮은 사람이라 해도 신체활동을 늘리고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한다면 최대산소섭취량도 향상되고 수명도 늘어날 수 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에서는 전신지구력 향상을 위해서는 매일 30분 이상 적당한 강도의 신체활동을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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