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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죽자 두류공원 너구리들 '권력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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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아우우~"

너구리 '또치'(본지 19일자 1면)가 차에 치여 죽은 후 두류공원에 서식하는 너구리 세계에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3일 밤 9시 두류공원 산마루휴게소 뒤편 대나무숲. 너구리가 한 두마리씩 산에서 어슬렁거리며 내려오기 시작해 1시간 후에는 10여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곧 이들은 휴게소에서 뿌려놓은 치킨 조각, 어묵, 식빵 같은 먹이를 차지하기 위해 싸움을 벌였다.

덩치 큰 두 마리가 먼저 실컷 먹고 난 후 3, 4 마리가 남은 음식들을 조심스레 주워갔다. 얼마후 낯선 너구리 한 마리가 나타나자 분위기는 돌변했다. 너구리 무리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침입자(?)를 위협했고 그중 한 마리가 뒤따라가 공격했다. 산 중턱까지 쫓아가 물었는지 한밤중 공원에는 너구리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쳤다.

이런 장면은 밤 11시까지 여러차례 되풀이됐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시민 20여명이 이를 지켜봤고 가까이 다가가 먹이를 던져주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야생너구리를 구경할 수 있는 명소가 되고 있었다.

공원 일대에 서식하는 너구리는 모두 30여 마리. 이들은 낮은 산속에서 먹이를 찾기 어려워 '야생성'을 거의 잃어버렸다. 밤중에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시민들이 버리고 간 음식찌꺼기를 주어 먹는 장면도 가끔 볼 수 있다. 어린 새끼는 아예 사람을 피하지도 않는다.

4년째 너구리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휴게소 주인 채창규(36)씨는 "너구리는 무리생활을 하며 힘 센 순서대로 먹이를 먹고 나름의 위계질서가 있다"면서 "'또치'가 한 무리를 이끄는 대장인 듯 또치가 죽은후 서로 싸우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또치 사건을 계기로 너구리의 생태공간을 따로 조성하는 등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두류공원 관리사무소는 시민들이 너구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람을 잘 공격하지는 않지만 물리면 광견병 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기까지 한다.

두류공원에는 4년여전 너구리 가족이 들어와 새끼를 낳기 시작, 2년전에 10여 마리까지 늘었고 이후 일부 등산로가 폐쇄된 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 : 두류공원 너구리-두류공원 야생너구리들의 대량서식이 본지 취재진들에 확인됐다. 21일 밤 공원 내 휴게소 뒤편에 먹이를 찾아 내려온 너구리들 중 한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는 다른 무리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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