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시장은 어떻게 돌아갈까. 시행사와 시공사(건설회사), 금융기관의 나눠먹기식 구조다. 또 안 써도 될 온갖 비용까지 모두 분양가에 전가시켜 고스란이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시스템이다. 땅 짚고 헤엄만 잘치면 '로또'를 터뜨린다는 그들의 구조를 들췄다.
◇수익구조
취재팀은 취재기간 중 올 가을 수성구에 분양 예정인 한 시행사로부터 아파트 사업수지분석안과 시공사와의 아파트 사업 공사 도급 약정서를 입수했다. 분양 1년 전에 이미 작성한 분석안에 따르면 아파트와 상가 분양으로 인한 예상 수입은 3천890억원. 예상 지출은 3천590억원으로 세전 수입이 300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토지비용은 토지매입비 기본에다 토지제세금, 현장용역비, 명도 및 정리비까지 지출로 잡았고, 공사비용도 지상.지하건축비는 물론 땅작업에서 예상치 못한 공공기관 건축비까지 분양가에 전가시켜 놨다.
또 인허가비용은 설계 및 감리, 각종 평가, 시설 부담금은 기본이며 최근 입주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시설부담금은 물론 보존등기비, 사후관리비 및 예비비까지 입주자 몫으로 책정했다.
영업비는 광고홍보비, 아파트 대행 수수료, 분양자와 크게 관계가 없는 상가분양 대행 수수료에서 심지어 수십억원의 시행사 운영비까지 분양자가 떠 안게 배정했다. 나중에 분양자들은 시행사 직원들의 월급과 자동차 유류대까지 준 꼴이 된다.
아파트 부가세 200억원도 분양자 부담이며 금융비용 210억원 역시 분양자 몫이었다.금융비용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이자가 무려 12. 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이 시행사는 분석안 평가 이후 분양 시기가 계속 늦어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역시 분양자가 떠안아야할 처지다.
또 시행사는 몇 달 전 시공사와 평당 330여만원(부가세 10%는 별도, 결국 분양자 몫)의 공사 도급 계약도 맺었다. 시행사는 평당 최소 50만원 이상의 이윤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의 이익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양자는 공사도급약정 특약사항에서 분양가 증감 등으로 인해 사업수지표상의 매출액보다 매출액이 증감할 경우 양자는 각각 50%씩 배분키로 했다. 향후 행정기관과의 분양가 조정을 통해 분양가를 원하는 수준만큼 얻어내 이익을 추가로 갈라 먹겠다는 의도.
결국 시행사는 사업 전체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시공사와 금융기관 몫을 제외한 이익, 시공사는 도급에서 발생한 수익과 추가 특약 이익, 금융기관은 고금리 대출 이익과 이자 후불제를 했을때 분양자가 내는 이자 등 거액을 챙기는 시스템을 증명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수익구조의 기본 틀"이라며 "분양자는 사업 시기과 관계없이 시행사와 시공사, 금융기관 3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도록 해 놨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나
우선 시행사들은 대개가 자본금이 쥐꼬리인 '푼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래서 부동산업계에서는 '사무실에 책상 하나만 놓으면 된다',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고들 한다.
실제 취재팀이 입수한 5개 시행사들의 자본 내역을 분석한 결과 모두 1천억~3천억원 대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자본금은 3억~5억원에 불과, 총사업비의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행사들은 거의가 속칭 '땅군'을 동원, 땅 작업을 시작한다. 몰론 계약은 통상 후불을 조건으로 맺는다. 땅 작업을 80~90% 이상 진행하면 1차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한다. 이 때 고금리의 사채 등을 동원해 계약금을 조달하는 사례도 적잖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행사들은 사채 등을 동원할 수 있는 또 다른 시행사에서 돈을 받고 사업권을 넘기거나 별도의 법인을 내세워 공동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계약 후 땅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는 수준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며 시공사 지급보증을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본격적인 PF를 일으킨다.책상 하나만 갖고 사업을 하는 시행사들은 PF과정에서 사업 이익 상당 부분을 시공사와 금융기관에 뺏길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변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업 수익의 70~80% 이상은 시공사와 금융기관의 몫으로 바뀌게 된다"며 "그래도 쥐꼬리 투자로 나머지 이익을 보는 자체가 시행사들에겐 괜찮은 조건"이라고 꼬집었다.
시행사의 도덕성도 문제다. 얼마 전 한 시행사는 땅작업을 끝내고 사업권을 업체에 넘긴 뒤 곧바로 주주종회를 열어 회사를 공중분해시켰다. 기존 법인으로 사업을 계속할 경우 세금 부담이 큰데다 부동산 투기단속 기관의 표적이 될 우려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정설이다.
시공사들은 대기업이라는 조건을 십분 이용, 시행사들보다 힘의 우위에 선다. 대개 지급보증을 대가로 공사비 가욋으로 추가 이익을 요구한다. 또 향후 분양가 조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의 상당부분도 챙긴다.
최근에는 서울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모시려는 시행사들 때문에 시공사 '파이'는 더욱 커진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브랜드는 지역 브랜드보다 평당 공사비를 많게는 40~50만원 이상 더 챙긴다는 것.
금융기관도 시공사 못지 않은 이익을 얻는다. 많게는 사업이익의 30%이상을 가져간다고 업계는 말한다. 더욱이 시공사의 지급보증이 있어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
일부 사채업자와 금융기관은 돈을 빌려주면서 선이자까지 떼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한다.부동산전문가들은 "아파트 사업자들이 이익을 마구 부풀리는데도 고공 분양가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소비자들 또한 책임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분양 거품 구조부터 제대로 알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 기자 jongku@imaeil.com 이상준 기자 all4you@imaeil.com
사진: 사진은 수성구 수성동 아파트 공사 현장. 이곳은 최근 분양 대박을 노리는 아파트 업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분양가를 마구 뻥튀기해도 소비자들은 몰려들고 있고, 그 틈 속에서 업자와 금융기관 등은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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