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제조기로 알려진 대중가요 작곡가 J와 R씨는 곡당 1천만 원 이상의 작곡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작곡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보통 인기 작곡가들의 작곡료는 곡당 100만~300만 원선이며 편곡료는 100만~200만 원 정도에서 결정된다.
대중가요에 비해 시장 규모가 작은 클래식의 경우 작곡료와 편곡료는 얼마나 될까.
대구지역 클래식음악 작곡가들이 내뱉는 "우리 체온은 36.5℃가 아니라 31℃쯤 된다"는 말에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체온이 31℃ 이하로 내려가면 얼어 죽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작품을 위촉하는 경우도 드물고 쥐꼬리만한 작곡료와 편곡료 수입으로는 생계조차 유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역의 경우 작곡료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은 없다. 예산 사정에 따라 작곡료와 편곡료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신인의 경우 실력이 뛰어나도 경력을 쌓지 않으면 많은 작곡료를 받을 수 없고, 대학교수 등의 직함이 있으면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관례만 있을 뿐이다. 지역의 한 작곡가는 "작곡료는 보통 합창곡 50만 원, 오케스트라곡은 100만 원이 상한선이며 편곡료는 곡당 10만~30만 원선에서 정해진다"고 귀띔했다.
그나마 액수와 상관없이 작곡 의뢰를 받는 것은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들 가운데 1년 내내 한 곡도 위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면 오페라 작곡의 경우 그나마 형편이 낫다. 오페라 제작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지역에서 통용되고 있는 오페라 작곡료는 수천만 원에 이르며 전국에서 이름난 작곡가들의 오페라 작곡료는 5천만 원을 상회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창작오페라가 드물고 오케스트라와 합창, 무용 등을 아우르는 오페라 작곡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기성 작곡가들에게도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창작 오페라곡의 경우 작곡 경험이 없으면 작품의뢰는 전혀 없다. 대구지역에서는 진영민(경북대 교수), 이승선(계명대 교수), 이철우씨 등 손에 꼽을 정도의 작곡가들만이 오페라 작곡 경험을 갖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작곡가들은 강의, 레슨 등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은 한강 이남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곡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대구작곡가협회, 영남작곡가협회, 열림, 영음회, 21세기하나현대음악연구회 등의 작곡가 모임에 150여 명이 등록되어 있다. 또 매년 120명 정도 졸업생도 배출되고 있다. 작곡료 현실화는 대구·경북지역이 진정한 작곡의 메카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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