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속으로-수성구 팔현마을 습지

사람 손타는'철새의 천국'

'철새 서식지는 보호해야 되는데….'

4일 오후 금호강을 따라 이어지는 수성구 팔현마을 앞 습지대. 희고 목이 기다란 왜가리, 백로 몇 마리가 날아와 먹이감을 찾고 있었다. 이들은 물위를 걸어다니며 긴 주둥이로 작은 물고기를 연신 건져올렸다.마을 뒷산은 철새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1천 마리가 넘는 백로, 황로, 해오라기, 왜가리 떼들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곳에는 쉴새 없이 드나드는 차량들과 낚시꾼 등으로 인해 철새 서식지가 파괴될 위험에 처해 있다."철새들과 수달들이 살고 있는데도 제대로 보존이 안되고 있어요. 차량 동호회에서 나온 듯 보이는 사람들이 종종 차를 몰고 이곳을 질주하곤 합니다. 때로는 강물에까지 차를 몰고 들어가요." 주민 백춘지(68·동구 용계동)씨의 얘기다.

마을 앞 제방에서 습지대로 내려가는 길이 나 있어 차량 통행이 수월했다. 실제로 많은 차들이 드나든 듯 차바퀴 자국이 이곳 저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낚시꾼들도 자주 드나드는 것도 문제. 낚싯대를 길게 늘어뜨리고 취미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철새의 접근을 막는 요인이 된다는 것. 이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 깡통 등도 눈에 띄었다.

마을 앞 강변 곳곳에 있는 텃밭도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제방 너머 습지와 숲 사이에는 나무를 베어내고 만든 텃밭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 텃밭이 얼마후에는 습지 부근까지 점차 확장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섰다.

이석진(34·동구 용계동)씨는 "차량출입을 막고 전망대에서 습지대를 관찰하도록 하면 관람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지 않아도 생계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나름의 대책을 내놓았다.

'금호강 생태하천탐사 길라잡이'라는 책을 펴내고 안심습지와 습지생태계를 소개한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팔현마을 앞 습지대는 엄밀히 말할 때 안심습지에 속하지는 않지만 차량이 드나들 경우 주변 생태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병윤 사무국장은 "치수를 위해 제방을 쌓았다면 제방 안전의 관점에서도 차량 통행을 허용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이곳 습지는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단속을 벌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곳을 보존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현장을 살펴본 시 치수방재과, 수성구청 관계자들은 "인력부족으로 항상 이곳을 지킬 수는 없지만 차량이 드나들 때 연락을 주면 현장에 나가 계도활동을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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