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경 팔영리 마을 노인 손자손녀와 이메일 재미에 푹

문경시 정보화마을 제1호인 문경읍 팔영리 마을 노인들은 요즘 같은 무더위에도 인터넷 여행에 푹 빠져있다.1·2리 합쳐 100여 가구 320여 명이 사는 팔영리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00여 명. 농삿일이나 경로당에서 소일하는 것이 전부인 이들에게 변화가 온 것은 지난해 10월 28일 정보화마을 개소식 뒤.

처음엔 무딘 손으로 컴퓨터를 만지는 일은 상상조차 못했던 이들이 컴퓨터에 매달리게 된 데는 마을 이장인 박성환(53) 정보화마을 위원장과 윤일문(41·여) 컴퓨터 지도교사의 열성 때문. 이들의 설득에 노인들은 하나 둘씩 마을회관 정보화센터에 모였고, 지금은 노인들의 전용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나 손자손녀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인터넷 채팅에서부터 농산물 판매법 배우기, 상식 찾아보기도 척척 해낸다.이시우(69)씨는 "노인들이 컴퓨터와 놀면서(?) 가장 큰 변화는 40년~50년 피워 오던 담배를 90% 이상 끊었다는 점"이라고 자랑했다. 또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요즘은 서울에서 고교를 다니는 손자와는 2일~3일에 한 번씩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집안과 동네 소식도 전하며 학업을 격려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영배(68)씨도 "내 평생 컴퓨터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배우고 나니 올부터는 사과판매 방법도 인터넷으로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박만진(66)씨는 "요즘은 관심분야인 한문상식과 우리 음식 검색에 정신 없고 자유게시판에 글도 올린다"며 자랑했다

박성환 이장은 "정보화 마을이 된 뒤 민박 객들도 많이 찾아와 소득을 높일 수 있고 농산물 직거래, 일손돕기 등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기뻐했다.

권태준(69)씨는 "컴퓨터가 우리 노인들까지 이렇게 탈바꿈 시킬 줄 몰랐다"며 놀라워 했다. 박재홍(69)씨는 "아무래도 기억력이 떨어져 처음엔 한글 자판 익히기도 애로가 많았는데 이제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마저 생겼다"며 웃었다.

문경·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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