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동치는 '고이즈미 정국' 주목한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해 한국을 비롯, 중국 등 주변국의 심기를 만만찮게 건드려 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 정계에 입문하면서 줄곧 심혈을 기울여 왔던 '우정 민영화 법안'이 자민당의 반란표로 부결되면서 예상했던 대로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달 선거에서 자민당이 계속 정권을 유지할지, 야당에게 넘겨 줘야 할지 판명 나지만, 아무튼 일본 정국은 요동칠 수밖에 없고 우리로서는 대외적인 변화 등에 초점을 맞춰 당연히 지켜보아야 한다.

지난 2000년 이후 '개혁'을 내세우며 집권했던 고이즈미 총리다. 집권 후 자민당 내의 기득권 타파와 각종 정치 관행의 파괴 등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지나친 친미 추종 외교를 바탕으로 한 보수 우경화의 행보는 명분 없는 자위대의 이라크 파병으로 이어지면서 질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나아가 평화 헌법 개정 등 소위 '국가 정상화'로까지 변모하려 하고, 악랄했던 과거사에 대한 진실된 사과보다는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일삼아 주변국과의 갈등을 낳기도 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특유의 개성은 일본 내의 많은 지식인들이 '깊이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숱하게 지적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번의 우정 민영화 법안의 부결도 그러한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된다면 일본 내에서 지금 뚜렷이 약진하는 야당의 기세로 보아 50여 년 집권한 자민당도 일시에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외교 노선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에 골이 깊어진 우리로서는 일본의 정치 향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과거사에 대한 죄의식이 날로 희미해져 가는 이웃 일본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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