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도연, "언제나 사랑은 고프다"

영화 '너는 내 운명' 선보이는 멜로의 여왕

"전도연 인생에서 사랑이 빠지면 죽는다. 그러는 순간 바로 할머니가 될 것 같다."

실생활이든 스크린이든 언제나 사랑을 테마로 삼고 사는 최고의 여배우 전도연(32)이 오는 9월 정통멜로영화를 들고 찾아온다. 최루성 멜로 '너는 내 운명'(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봄)에서 그는 지극히 행복하면서도 가슴 찢어지게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그야말로 '전공과목'을 만난 것. "지금껏 했던 어떤 영화보다 사랑을 짙고 세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그를 여름비가 쏟아지던 날 남산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사랑 예찬론자'와의 대화는 창 밖의 비도 낭만적으로 흐르게 했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

'너는 내 운명'에서 전도연은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시골 다방 종업원으로 출연한다. 그의 상대역인 순박한 시골총각 황정민은 그런 전도연에게 한눈에 반하고마는데 전도연이 그만 에이즈에 걸린 사실이 드러난다. '죽어도 좋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박진표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여러가지 센 표현들 때문에 고민을 좀 했는데, 감독님이 보여준 실제 인물의 사진을 보고 출연 결심을 했다. 동일인물 사진이라며 두 장을 보여줬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한장은 기름기 흐르는 호남이고 다른 한장은 주름이 짝짝 갈라지고 머리가 히끗했다. 여자가 떠나자 남자가 불과 몇달 사이에 그렇게 변한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이라면 모를까 같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 순간 도대체 어떤 사랑이길래 이렇게 됐을까 궁금해졌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전도연이 에이즈로 '비참'해지는 모습은 화면에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보균자로 설정된 까닭에 신체가 아닌 마음의 병을 앓게된다.

▲언제나 사랑은 고프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에이즈는 하나의 설정일 뿐이다. 이 영화는 100% 사랑 이야기다. 주인공들에게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하지 않다. 단지 사랑할뿐이다. '그럼에도 널 사랑해'라는 메시지다. 이런 절절한 사랑 이야기 한국 영화 사상 처음 아닌가?(웃음)"

'너는 내 운명'은 전도연의 아홉번째 영화다. '접속' '약속' '내 마음의 풍금'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피도 눈물도 없이' '스캔들' '인어공주'에 이은.

"각기 조금씩 변주가 됐지만 테마는 모두 사랑이었다"고 말하는 전도연은 "앞으로도 어떤 장르, 내용을 만나든 작품 속 멜로부분이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싱긋 웃었다.

전공과목을 만났으니 이번에는 좀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을까.

"조금 더 감수성이 풍부해질 수는 있지만 내가 사랑을 100번 해봤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랑은 늘 새로운 것이다. 또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는 나이도 무색하다. 이번 작품의 경우도 전반부 너무 행복했을 때와 후반부 불행에 빠질 때 사이의 감정의 차가 너무 컸다. 특히 에이즈에 걸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는 심정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 어려웠다."

▲카메라 앞에서의 긴장이 좋다

최근 몇년간 어떤 영화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최고의 여배우'로 꼽혀온 그이지만 여전히 카메라는 그를 긴장시킨다. 사랑의 횟수가 중요하지 않듯 매 작품 그를 새롭게 긴장시킨다.

"예나 지금이나 카메라 앞에서 편해지지 않는다. 여전히 부담스럽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전도연은 배우로서의 색깔을 잃을 것 같다. 카메라가 날 긴장시키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좋다."

진짜 긴장한다기 보다는 스스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겠다는 프로의 자세가 견고한 것이리라. 늘 부단히 초심을 유지하려 하기에 '너는 내 운명'을 촬영하면서 박 감독의 작은 칭찬 한마디에도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감독님이 그런 점에서 현장 컨트롤을 참 잘 했다. 배우가 자만에 빠지지 않게하면서 기분좋게 적절한 칭찬을 많이 했다. 지금도 여전히 '잘했어' '죽인다'라는 칭찬을 들으면 무척 힘을 얻는다."

'진짜' 1등은 잘난 척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너는 내 운명'이 기대되는 이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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