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인심이 아직까지는 각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의 것도 훔쳐가는 세상에 택시에 두고 내린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례까지 마다한 한 택시기사의 선행이 한여름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오전 남구 영남이공대 앞에서 중구 서문로까지 택시를 탔던 최인호(65·대구 남구 대명동)씨는 택시에서 내린 뒤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뒷좌석에 현금 50만 원과 각종 신분증이 들어있는 지갑을 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차량 번호도 아무 것도 유심히 보지 않았던 탓에 지갑을 되찾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내 잘못이려니 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분증이라도 돌아왔으면 하고 바랐죠." 중풍을 앓은 뒤 다리가 불편(장애3급)한 최씨로서는 잃어버린 운전면허증, 주민등록증, 장애인증 등 각종 신분증을 재발급 받는다는 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
그러나 그의 작은 기대는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오후 7시쯤 동구 반야월에서 택시기사를 만나 지갑을 돌려받은 최씨는 작은 성의라도 표시하려 했으나 한사코 거절하는 바람에 결국 지갑과 함께 고마운 마음까지 덤으로 받은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기사는 15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는 이창남(55·경산 하양읍)씨. 그날 몸이 좋지 않아 일찍 귀가해 차안을 청소하다 뒷좌석 아래에 떨어진 지갑을 발견했다는 이씨는 "'주인은 얼마나 애가 탔을까'하는 마음에 얼른 지갑에서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주운 물건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택시기사들도 승객이 두고 내린 지갑을 봤다면 돌려줬을 것"이라며 동료들까지 두둔했다. 그는 최씨의 사례를 거절해놓고도 오히려 기자에게는 "넉넉히 사례를 받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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