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상위권 수험생 유치전 전례없이 가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 포스텍(옛 포항공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대학들의 최상위권 수험생 유치전이 유례없이 가열되면서 고교 진학지도가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전국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 수가 공개된 후 일부 고교들이 서울대 합격률에 진학지도의 초점을 맞추는가 하면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에게 다시 수능(11월 23일) 응시를 강요하는 등 시대착오적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고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2학기 수시모집의 경우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 확보를 위한 대학 간 경쟁이 어느 해보다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김호원 대구 경신고 교장은 "자연계에는 서울대와 포스텍, 의대 등에 중복 합격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대학마다 이들을 등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며 "올해는 수시모집부터 달아올라 학생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 한 학과는 합격생 중 9명이 의대와 한의대, 포스텍 등으로 빠져 나가 학교관계자들이 위기감에 빠지기도 했다는 것. 포스텍과 KAIST 역시 합격생이 상당수 중복돼 이탈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KAIST의 경우 수시 합격생들에게 등록 조건부로 수십만 원대 영어학원 수강을 시키고 있고 포스텍은 대학 공부를 미리해 입학 직후 학점을 딸 수 있는 AP(대학과목 선이수제)를 권장하며 과제까지 내주고 있다.

포스텍과 KAIST에 중복 합격한 모 과학고의 한 학생은 "지난달 14일 포항공대 면접날짜에 KAIST가 합격생 리더십 훈련을 한다며 참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해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

상위권 대학들은 지난 9월 전국 고교별 서울대 합격자 수가 공개된 후 비상이 걸렸다. 상당수 고교들이 동문, 학부모 등을 의식해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리는 데 진학지도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

경북의 한 고3 담당 교사는 "종전에는 연·고대나 의·약대 등 포괄적으로 상위권 학생들을 지도했지만 올해는 서울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며 "작년에 서울대 합격생을 내지 못한 학교 중에는 아예 몇 명을 찍어 집중 지도하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포스텍 입학팀 관계자는 "학교에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1단계를 통과했으니 수능공부를 하라고 해 AP준비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수시 합격생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일단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려준 뒤 포스텍에 진학하라고 지도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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