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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때문에 동창회 가기도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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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모(40·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지난 9월 고교 동창생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졸업 후 처음 걸려온 동창의 전화.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이라며 도움을 청하는 동창의 제안에 이씨는 반가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

그러나 동창생이 안내한 곳은 이동통신사의 선불카드를 판매하는 다단계 업체의 교육장. 이씨는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며 도망치듯 교육장을 빠져 나왔으나 그의 전화는 이어졌다. 이씨가 연락을 피하자 회사와 집, 휴대전화 등 무차별적인 전화공세가 계속됐다.

올 봄에도 지인으로부터 다단계 업체의 물건구입 요청전화에 시달렸던 이씨는 "동창회 명부에 연락처를 올렸다가 다단계판매를 하는 선·후배의 전화 세례를 받았다"며 "'친구 사이에 그 정도도 못 도와주냐'며 반강제로 떠맡기는 바람에 인간적 관계 마저 모두 무너진 느낌"이라며 씁쓸해했다.

무차별적인 다단계판매 공세 속에 인간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다단계 판매는 인맥이나 학연, 지연 등 연줄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 때문에 동창회나 계모임 등 이른바 '1차 집단' 자체가 붕괴되는 경우가 많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다단계업체는 대략 180여개로 추정된다. 오랜 경기침체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다단계 판매업자들이 최근 정도를 넘어선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다.

다니던 종교시설을 옮겼다는 이모(30·대구 북구 복현동) 씨는 "같은 시설에 다니던 한 부부가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다단계업체의 물건을 반강제적으로 떠넘겨 금전 손실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왔던 인간적 신뢰도 무너져 내려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2년동안 다단계업체 판매원으로 일했다는 송모(31·여·대구 남구 대명10동) 씨는 "동창회나 계모임 등에서 지인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했지만 지인들이 연락을 끊거나 도무지 만나 주려 하지 않았다"며 "회사 그만둔지 1년 넘었지만 아직도 모임 참석이 꺼려진다"고 했다.

대구 YMCA 시민중계실 최남돌 소비자민원 접수담당은 "다단계 판매는 주로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불법 다단계 판매는 신용불량, 가정파탄, 자살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거나 사회 공동체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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