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비준안` 국회 통과, 수입쌀 팔아볼까…판매상들 기지개

'쌀 비준안' 국회 통과, 수입쌀 팔아볼까…판매상들 기지개

수입쌀의 소비자 시판이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시중의 일부 도정업체와 유통업체, 대형 식당들이 벌써부터 수입쌀 판매에 눈독을 들이는가 하면 일부는 수입쌀 관련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서 '우리 쌀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밀려드는 수입쌀

수입쌀 시판량은 올해 의무수입량(TRQ)의 10%를 시작으로 6년차인 2010년에는 30%까지 늘어난 후 2014년까지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올해 22만5천t의 쌀 의무수입물량을 수입해 이 중 10%인 2만2천557t(15만6천645섬)이 3월쯤 시중에 풀린다. 이를 80㎏들이 가마 단위로는 28만 가마 정도로 이는 1인당 쌀소비량 81.8㎏으로 환산해 27만5천여 명이 1년간(지난해 기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시판물량이 내년에는 3만4천429t(23만9천90섬), 2010년에는 9만8천193t(68만1천896섬)으로 늘어난다. 마지막 연도인 2014년에는 12만2천610t(85만1천458섬)이 시판돼 국내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예정이다.

■수입산 쌀 판매상들 활동 기지개

이미 수입이 허용된 외국산 찐쌀을 취급하고 있는 일부 시중 양곡상 등 쌀 유통업체들은 밥쌀인 수입쌀이 본격적으로 시판되면 기존 찐쌀 판매망을 그대로 수입쌀 판매망으로 연계시킨다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수입쌀 판매상들은 벌써부터 인터넷이나 통신매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수입쌀 판매 대리점 모집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기존 고객들을 상대로 암암리에 밥맛과 가격 경쟁력에서 매우 뛰어난 중국 흑룡강성의 당해연도 무공해, 무농약, 기능미 햅쌀을 수입하게 됐다며 10포 이상(20㎏) 구매자에게는 값을 대폭 깎아주는 등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들 업체는 보통 중국산 20㎏ 기준 일반 멥쌀 3만 원, 찹쌀 혼합 3만3천 원으로 국산쌀보다 포대당 1만 원 정도나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것.

또 소비자들 역시 인터넷을 통해 '현재 수입쌀을 살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요, 수입쌀(중국쌀) 장사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지요, 시중판매가 허용된다고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예상가격은 얼마인지, 주로 어느 나라에서 수입되며, 품종은 무엇인지' 등의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각계반응

양곡상 김동화(47) 씨는 "수입쌀의 경우 밥맛은 국내산보다 뒤지지 않으면서도 값은 싸 마진이 상당할 것"이라면서 "소비자들도 처음에는 다소 수입쌀에 대한 반감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가계비를 생각해 수입쌀을 선호하는 계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공단에서 10년째 대형식당을 운영하는 박정순(50·여) 씨는 "요즘 공단 경기가 어렵다 보니 몇 년째 음식값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수입쌀이 풀리면 원가절감 차원에서 관심이 간다"며 "특히 동료 업주들 역시 상당수가 수입쌀에 기대를 갖고 있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농협관계자는 "지난해 쌀 협상 결과가 발표된 뒤 정부양곡 공매에 참여하는 양곡 판매업자들을 중심으로 수입쌀과 관련해 문의해 오는 사례가 많다"며 "문의 내용은 주로 판매시기와 수입쌀 취급 방법에 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농민단체들은 "찐쌀 등 다양한 형태의 수입쌀이 불법·편법 유통되고 있는 가운데 수입쌀이 풀리면 국내 쌀 생산과 소비기반 잠식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이제부터라도 완전미 등 고품질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 쌀협상 비준 일지

▲1994.4 =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1995~2004년 10년간 한국의 쌀 관세화 유예 결정

▲2004.1.20 = 한국, 관세화 유예 연장 협상의사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

▲2004.5 = 미국 등 9개국과 협상 개시

▲2004.12.30 = 쌀 관세화 유예 협상결과 발표 및 WTO에 통보

▲2005.4.12 = WTO 검증 완료

▲2005.5.12~6.15 = 국회, 쌀 협상 이면합의 의혹 국정조사

▲2005.6.7 =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

▲2005.8.25 = 비준동의안 국회 상임위(통일외교통상위원회) 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