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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나열 "NO"…창의성 사고력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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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대학 논술고사 대비

2006학년도 대학입시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20개 대학이 논술고사를 치른다. 정시 전형의 마지막 단계에서 실시되는 논술고사는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 특히 합격선 전후에 밀집한 수험생들에게는 그야말로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논술고사에서 당락이 뒤바뀌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수험생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 대학별 요강=논술고사 반영 비율은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영산대, 경인교대와 춘천교대 등이 10%이고 울산대 8%, 부산대와 한양대 서울교대가 5%, 연세대가 4.14~4.19%, 이화여대 4%이며 나머지는 3%이다. 대부분 일반논술형과 통합교과형으로 출제하며 120분 안팎의 시간을 준다. 분량은 서울대가 2천500자, 연세대 1천800자, 한양대 1천700자, 고려대 1천600자 등이며 성균관대는 제한이 없다.

◇ 출제 경향=정시모집의 논술고사는 동서고금의 보편적 문제의식이 담긴 글 가운데 일부를 제시문으로 주고 이와 관련된 현실적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형태가 많다. 인간과 사회의 핵심적 문제 상황이 담긴 제시문을 준 뒤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문제 해결 방안이나 견해를 서술하는 문제들이다.

제시문 가운데는 어려운 것들도 있으나 논제는 평이한 편이다. 그러나 단편적으로 암기한 지식이나 단기간의 학습으로는 답안을 작성하기 어렵다. 수험생의 사고력을 구체적이고 깊이 있게 평가하려는 의도를 지닌 문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제가 평이하다고 해서 알고 있는 지식을 나열한다면 논점을 일탈해 감점당하기 쉽다. 비슷한 논제라고 해도 출제자는 문제 상황이나 논의의 초점, 관점 등을 달리 하고 요구 사항을 다양하게 제시함으로써 상투적인 답안이 아니라 수험생 각자의 창의적인 답안이 나오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같은 내용의 논술 답안이라도 자료의 분석이나 해석 방법, 논리적 전개 방법에 따라 수험생의 사고력의 깊이와 폭이 확연히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떤 논제가 제시되더라도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얼마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들로 뒷받침해 설득력 있게 정당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까지 일부 대학에서 출제된 영어 지문은 이번 정시에서는 출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대비 방법=논술고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독해해서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논술고사는 결국 표현된 글로 평가하므로 아무리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로 잘 풀어낼 수 있다고 해도 정확한 표현을 통해 글로 전달할 수 없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① 출제 경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라

지원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 경향과 특징을 파악한 뒤 논술 공부의 방향과 방법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학 홈페이지나 자료집 등을 통해 출제 경향과 예시 답안, 기출 문제 등을 분석한 뒤 이를 토대로 학습 계획을 수립하면 된다. 대학에 따라서는 건학 이념이나 교육 목표에 따라 선호하는 논제 유형이 있기도 하므로 이를 살피는 것도 필요하다. 예컨대 서강대는 가톨릭의 특성을 반영해 신과 인간, 고통과 사랑, 죽음, 쾌락 등 종교 철학적 주제나 제재를 주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서울대와 고려대는 큰 주제를 구체적인 영역에 적용해 따져보게 하는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된다. 연세대는 한 주제에 대한 여러 가지 관점을 주고 종합 논술을 요구하는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낙태, 마약, 사형, 개고기 식습관 등 사회적 문제를 더 큰 틀의 윤리 철학적 논제로 만들어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유형의 문제를 자주 출제한다.

② 자주 많이 쓰고 검증받아라

아무리 많은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고 해도 논술문을 쓰는 실력은 쉽게 늘지 않는다. 지금부터 기출문제나 예상문제를 갖고 최소한 이틀에 한 편 정도는 원고지에 자신의 관점과 견해를 체계적으로 써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완성된 글은 학교 선생님 등에게 반드시 보여주고 잘못된 점을 지적받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개요를 재작성해 다시 써 보는 것도 논술 실력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③ 친구들과 논술팀을 만들어라

같은 대학을 지망하거나 수준이 비슷한 친구들과 논술팀을 만들어 기출문제나 예상문제, 특이한 쟁점이나 주제를 가지고 토론한 뒤 각자 답안을 작성해 돌려가며 첨삭해보는 방법은 대단히 유용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견해를 옹호하거나 대립되는 견해를 반박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주제별로 쟁점 정리를 분담해 각자 정리한 내용을 돌려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 잘못된 답안 유형=대학의 채점관들은 상투적이고 도식적인 답안을 대단히 싫어한다. 논술 준비 기간 동안 글쓰기의 기본 원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만 매달리는 수험생이 많아 마치 외워온 답안을 옮겨 적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글의 형태도 지나치게 서론-본론-결론이라는 형태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자칫하면 논의의 반복만 심해질 뿐 자신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서론과 본론을 가급적 짧게 요약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엇갈리는 주장에 대한 견해를 요구할 경우 자신의 뚜렷한 입장도 아니면서 절충된 논의를 펼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한두 가지 사례를 확대하거나 논거를 무리하게 이끌어가다 오류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문장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게 쓰되, 진부한 내용을 논지에 끌어들이거나 다른 사람의 견해를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 논술문 작성 시 유의 사항

① 요구 사항은 단계적으로 해결하라=출제자가 해결하기를 요구하는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 뒤 제시문의 비판적 독해와 분석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구상→집필→퇴고의 순으로 작성한다.

② 시간 배분에 유의하라=실제 논술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겨 분량 채우기에 급급해질 수 있으므로 제한된 시간 안에 답안을 완성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논제와 제시문을 분석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데 40%, 글을 쓰는 데 55%, 퇴고에 5% 정도를 배분하면 무난하다. 연필로 초고를 작성했다가 펜으로 옮겨 적기에 빠듯할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펜으로 원고지에 쓰는 연습도 해야 한다.

③ 유의 사항이나 조건을 반드시 지켜라=문제에는 글의 분량이나 어법 따위의 형식 조건이 있고, 논점을 벗어나지 말라는 내용 조건이 있다. 요구하는 분량을 넘거나 부족하면 그 정도에 따라 감점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안배를 하면서 분량도 주의해야 한다.

④ 제시문을 그대로 옮겨 적지 말라=논리의 빈약함과 내용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제시문을 군데군데 발췌해 쓰는 수험생이 많다. 이 경우 그만큼 감점당한다. 제시문을 활용할 때는 자기 나름의 논리와 관점으로 해석해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서 써야 한다. 불가피하게 어구나 문장을 옮길 경우 인용 부호를 써야 한다.

⑤ 완결된 문장으로 간결하게 써라=문장이 길면 논리 전개가 헝클어지고 연결이 부자연스러워지기 쉽다. 한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 정확하게 담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글씨는 알아보기 쉽도록 깔끔하게 써야 한다.

⑥ 반드시 퇴고하라=어법과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 원고지 사용법에 어긋난 것, 띄어쓰기 등을 소홀히 하면 감점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퇴고로 글의 내용을 추가하거나 줄일 때는 요구하는 분량에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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