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나폴레옹, 칭기즈칸과 더불어 세계 3대 영웅으로 꼽히는 알렉산더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화려한 영웅담보다는 인간적인 갈등과 기질을 은밀하게 그리고 있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기원전 4세기경 정복전쟁으로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는 32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잠시도 출정을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이토록 알렉산더를 끊임없이 전장으로 내몰았을까.
이 영화에서 두 가지 요인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해결되지 못한 에디푸스 콤플렉스를 들 수 있다. 에디푸스 콤플렉스는 사내아이가 4~6세쯤에 심리적으로 겪는 부모와의 삼각관계로 어머니에게는 애정을, 아버지에게는 질투와 증오심을 갖는다.
알렉산더의 부모는 불화가 심했다. 어머니 올림피아스 왕비는 남편을 침실에서 쫓아내고 그 자리에 어린 아들을 끌어들였다. 어머니는 아들 앞에서 아버지를 폭군이라고 비난하면서 깎아내렸다. 탐욕스런 왕비는 어린 아들에게 운명은 용감한 자의 편이라며 아버지에게 맞설 것을 부추겼다. 강한 어머니 덕분에 어린 알렉산더는 에디푸스 콤플렉스의 승리자가 되지만 이것은 어머니에 의해서 주어진 부당한 승리였다.
에디푸스 콤플렉스의 부당한 승리는 알렉산더가 갖게 되는 불안의 원천이 된다. 전쟁에서의 승리조차 부당하게 쟁취한 것으로 여긴 그는 언젠가 이 부당한 승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신을 의심하는 자는 무자비하게 처형했다. 또 이런 불안감은 현재의 승리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계속 전진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특성을 받아들인 알렉산더는 친구와 동성애 관계에 있었고 여성과 관계 맺는 것을 꺼린다.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는 자신을 조종하는 어머니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이후 다시는 어머니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와 공모를 했다는 죄책감과 어머니를 향한 적개심이 그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그의 멈추지 않고 행동하는 기질을 들 수 있다. 20세에 왕이 된 알렉산더는 세상을 향한 야망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전장의 선두에 서서 잠시도 쉬지 않고 싸웠다. 8년간의 정복전쟁으로 지쳐버린 군대는 그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간청했지만 그는 군인들을 설득하며 인도의 눈 덮인 산맥을 넘어서 동쪽의 끝까지 도달하고자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기질은 행동을 활성화시키는 특성이 있어 그를 행동중독자로 만들었다.
정신의학자 클로닝거는 신경화학적인 기질에 따라 성격을 4가지로 분류하였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질, 손상당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기질, 보상에 의존하는 기질, 고집스런 기질 등이다. 이 기질들이 각각 얼마나 표현되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된다.
알렉산더의 불 같은 기질은 고르디아의 매듭을 칼로 자른 행동에서도 드러난다. 제우스 신전의 기둥에 매여 있는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설이 있었다. 이 매듭은 너무 절묘하게 묶여있어서 아무도 풀지 못했다. 알렉산더는 머뭇거림 없이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리고 아시아의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약속받게 되었다.
대제국을 손에 넣은 영웅이었지만 알렉산더의 내면은 만족감이 없고 늘 불안했다. 모든 행동에는 동력이 되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도 일중독과 행동중독에 빠져서 진정한 휴식과 이완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원인을 안팎에서 찾아볼 필요가 있다.
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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