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귀 난치병-(4)궤양성 대장염

계속되는 설사·혈변…괜찮다 또 아프고…

만성적으로 대장에 염증과 궤양이 재발하는 질환 중 하나이다. 서구에서 많이 발병하지만 지난 1960년대 국내에서 첫 발병이 보고된 이후 계속 발병률이 증가하여 최근에는 인구 10만 명당 약 1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40대 청장년층에게서 흔히 나타나며 남녀 발병 비율은 1대 1.3으로 여자가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원인 및 증상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으나 장의 면역기능, 유전적 요인, 미생물의 감염, 정신적 요인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계되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원인에 의하여 유발된 염증이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대장 조직 손상을 초래해 발병한다는 것.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와 혈변이다. 이러한 증상이 지속되면 반드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 단순한 항문질환으로 자가 진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묽은 대변 또는 설사를 하거나, 대변이 급히 마렵거나, 대변을 보고 나서도 시원치 않고 항문 속이 아픈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밥맛이 없고 구토를 하거나 피로감, 체중감소, 발열 등의 증상이 있을 수도 있다. 증상이 늘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상당수 환자의 경우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경과를 반복한다.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지만 간혹 관절, 피부, 눈, 간 등 여러 장기에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진단

증상과 대장 내시경검사, 조직검사 소견, X선 촬영 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진단을 내리게 되지만 대장 내시경검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시경을 통해 보면 대장의 염증, 출혈, 불규칙한 궤양 여부를 관찰할 수 있는데 간혹 다른 대장 질환과 구분이 어려워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경과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암 발생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염증이 전체 대장에 퍼진 환자나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 받은 지 10년이 지난 환자는 대장암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궤양성 대장염과 관련된 대장암의 발생은 매년 0.5~1%씩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10년이 지나면 암발생의 위험도는 2%, 20년에는 8%, 30년 이후에는 18%로 보고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말 보고를 보면 이보다는 대장암 발생비가 낮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궤양성 대장염이 대장암으로 발전되는 가능성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만큼 대장암 추적 검사와 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치료

아직은 정확한 발병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맞는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여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맞춤식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현재 대장에 생기는 염증을 조절하여 증상을 완화하고 이차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수준에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치료는 크게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뉘어진다.

약물요법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항 염증제인 설파살라진으로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 약제에 부작용이 있는 경우 이 약의 주성분(아미노살리실레이트)으로만 만든 메살라민 등의 약제가 사용된다. 이러한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사용하게 되는데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면역억제제 등이 계속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크론병 치료제로 각광받던 인플릭시맵이 올 9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난치성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아 이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 약물치료에 실패하거나 약물 부작용이 많은 경우, 출혈 등 증상이 심하면 수술요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병이므로 대장 전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 완치라고 볼 수도 있으나 수술 후 합병증과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제한적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수술방법에는 대장을 전부 제거하고 배에 구멍을 내어 인공항문을 만든 후 소장의 끝 부분을 인공항문에 연결하는 소장 장루술이 있으나 대변을 모으는 비닐백을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최근에는 대장 전제를 절제하고 소장의 끝부분을 주머니와 같이 만든 후 항문에 직접 연결하는 수술(회장낭-항문 문합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비닐백을 달고 다닐 필요는 없으나 수술을 두 차례 받아야 하고 배변조절기능의 장애가 많으며 회장낭에 다시 대장염과 같은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수술 전 외과 전문의와 각종 수술방법의 장단점 등에 대한 상담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도움말:장병익 영남대 의대 소화기 내과 교수

사진:궤양성 대장염 진단에는 대장 내시경검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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