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휴대전화 판매전쟁…동성로 '통신골목'

대구시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이 시끄럽다. 눈을 자극하는 화려한 가게 간판과 귀를 찢을듯이 울리는 음악 때문이다. 이 골목을 한번 지나칠라면 눈이 어지럽고 귀가 멍해질 정도다. 그만큼 휴대전화기 판매 경쟁이 치열하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간판에 쓰여진 문구. 직설적인 글귀가 눈에 많이 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싼 집 찾다가 열 받아서 차린 집', '폰 값 똥값' 등 가격이 싼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다소 위협적인 문구로 손님을 이끄는 가게도 있다. '통신골목을 통일하러 왔다'와 '싸게 구입하고자 하면 우리 집 올 것이고 딴 집 가고자 한다면 비싸게 살 것이다', '휴대폰 살 사람 그대로 멈춰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 '가격 메롱 뭡니까? 이게 가격 나빠요', '스크루지도 인정한 싼 가격. 우리집만 싸게 되는겨' 등 개그를 패러디한 간판도 보인다. 이와 함께 시선을 끌기 위해 간판을 아예 뒤집어 놓은 가게도 보인다.

통신골목에 이런 간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한 때 지역 단말기 판매량의 20%에 육박했던 통신골목은 단말기 보조금의 엄격한 규제와 네트워크 판매, 특판 등의 마케팅 기법 도입으로 추춤하기 시작했다. 급속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었다.

이유는 또 있다. 휴대전화기 보급이 포화 상태를 맞은 것. 당연히 신규 고객이 줄었다. 또 고객은 준데 반해 통신골목 가게는 늘었다. 통신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한 지난 1999년 당시 4, 5개 불과하던 점포수가 현재 70여 개로 늘어난 상태. 현재 통신골목은 휴대전화 가게로 빼곡히 메워져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게 것이다. 올초부터는 더욱더 적극적인 판매 마케팅을 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통신골목은 단말기 흐름을 주도할 정도로 각종 이벤트와 마케팅이 집중되는 지역. 이곳의 흐름을 주도해야만 우위에 설 수 있었다. 가게 주인들은 눈에 띄고 독특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간판. 가게 주인은 너도나도 보다 화려한 간판, 보다 자극적인 문구로 손님을 끌여 들였다. 이색적인 것에 관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현재 통신골목 대부분의 가게가 이런 식의 간판을 달고 있다.

한 가게 주인은 "좀더 눈에 띄기 위해 튀면서도 화려한 간판으로 바꿔달았다"며 "확실히 효과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간판은 바꿔단 후 기존보다 약 30% 정도 손님이 더 늘었다는 가게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연수(21.여.대학생)양은 "아무래도 관심이 간다. 간판 내용이 과장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번쯤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통신골목은 정부가 내년 3월부터 2년 이상 장기 가입자에게 대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허용하기로 결정하자 비상이 걸린 상태. 연말 특수는커녕 올 목표달성도 어렵게 됐다며 울상이다. 통신골목은 당분간 간판이 더 화려해지고 간판의 문구 역시 더 자극적일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2월 15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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