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불면 겁부터 납니다."
대구시 수성구의 한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만난 박모(50·여) 씨는 관리비 고지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2년 전 울산의 25평 아파트에서 이 곳으로 이사왔다는 박씨는 "이전 아파트와 평당 난방비는 비슷한데도 난방은 형편없다"고 했다. 관리사무소에 몇 차례 따져봤지만 '기름 값이 올랐다' '따뜻한 곳으로 이사 나가라'는 핀잔만 들었다는 것.
박씨는 "12평짜리 영세민 아파트에 겨울철 난방비 5만~6만 원이면 큰 돈"이라며 "이렇게 추운데는 딴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가장 가난한 사람이 가장 비싼 연료 쓴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추위의 원인은 비경제적인 난방방식 때문이다. 대구도시개발공사와 주택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구지역 14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대부분이 중앙집중식으로 보일러 등유를 때고 있다. 값싼 벙커C유, 열병합 난방은 일부다.
한 난방시스템 전문가는 "난방유를 쓰는 중앙집중식의 경우 난방비가 비쌀 뿐 아니라 인건비, 시설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고 열 효율도 개별 도시가스, 열병합, 지역난방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이 건축연수가 14~19년으로 비슷하고 중앙집중식 난방을 하고 있는 대구의 일반 아파트와 영구임대인 범물 용지아파트의 지난 겨울철(2005년 1~3월) '평당 난방 단가'를 비교한 결과 용지아파트가 약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표 참조)
용지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이달부터 하루 4차례, 1시간~2시간 30분씩 불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 입주민들은 "전기장판이 없으면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중앙집중식 기름난방, '돈 먹는 하마'
그렇다면 영구임대아파트들이 채용하고 있는 중앙집중식 기름난방은 얼마나 비효율적일까. 결론은 '돈은 더 들고 난방효율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공에 비해 대구도개공의 아파트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한 난방전문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2~2004년 상인동 비둘기아파트의 3년간 연면적당 난방유 사용열량 평균은 월성 2주공, 월성 3주공, 본동 주공에 비해 61~73%에 그쳤다. LNG를 사용하는 남구, 북구 일반 아파트 3곳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벙커C유를 쓰는 아파트를 기준(100%)으로 볼 때 보일러 등유를 쓰는 비둘기 아파트는 열량면에서 68%정도였고 난방비용은 141%나 됐다.중앙집중식 기름난방은 보일러실 직원 인건비, 장비 동력비 등 유지관리비에서도 개별 난방에 비해 2배가량 많았다.
이 관계자는 "벙커 C유를 기준으로 연간 난방비를 따져보면 난방유가 1.87배, 중앙난방도시가스가 1.59배, 개별난방도시가스가 1.21배로 나타나 중앙집중식 난방유를 쓰는 아파트의 열효율이 가장 낮다"고 말했다.
△난방시스템 교체가 관건
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저렴한 난방비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면 고효율 난방시스템으로의 시설교체가 필요하다.대구도개공은 직영관리하는 지산5단지, 범물 용지, 상인 비둘기 등 3개 아파트의 열병합 발전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도개공 관계자는 "산자부 20억 원, 대구시 4억5천만 원, 도개공 4억5천만 원 등 2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내년 4~9월 맨 먼저 범물 용지아파트에 열병합 시스템을 설치한다"고 밝혔다. 또 36억 원을 들여 내년 4월부터 노후배관 교체에 들어간다는 것.
그러나 나머지 2개 단지, 3천800여 가구에 대한 시설교체는 '계획'만 있을 뿐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개공이 인건비 절감 등의 노력은 기울이지 않고 적자타령만 하면서 국·시비 지원에만 기대고 있다"고 말했다.영구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얼마나 더 오래 추운 겨울을 나야할지 모르겠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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