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추위'…지하상가 '즐거운 비명'

27일 오전 11시 지하철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지하상가. 중앙홀인 만남의 광장 분수대 주위에는 독서하는 여성, 이야기꽃을 피우는 어르신들, 친구를 기다리는 젊은이 등으로 인산인해였다.

메트로센터 보안직원인 윤효준(25) 씨는 "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유동인구가 늘었지만, 최근에는 오랜 시간 머무르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생 김진원(25) 씨는 "바깥 날씨가 너무 추워 지상으로 나가기가 귀찮다"고 말했다. 연일 맹위를 떨치는 강추위가 이들의 발길을 지하로 향하게 한 것. 이날 순찰을 돌다 추위에 언 몸을 녹이려 지하상가를 찾은 경찰관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영하의 바깥 날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훈훈한 지하상가는 좋은 모임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여대생 이준미(22) 씨는 "예전엔 대백이나 한일극장 앞에서 자주 모이곤 했는데, 요즘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반월당역을 애용한다"고 했다.

매일 반월당 인근 증권회사를 찾는다는 김추월(71) 할아버지는 "지하상가에는 아픈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도 많고, 출출하면 요기할 식당가도 있다"며 "무엇보다 춥지가 않아 주식정보를 서로 나누며 얘기꽃을 피울 수 있는 장소로 더 없이 좋다"고 말했다.

추위를 피해 지하를 찾는 '두더지족'들이 많아지면서 지하상가 업주들이 때 아닌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한 의류점 업주는 "지난달에 비해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며 "추위가 이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고 웃었다.

또 지하 1층 식당가도 사람들의 이어지는 발길에 즐거운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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