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70년 전에도 아버지가 육아일기를…

'너 한 몸의 편안함과 출세를 위하기보다 이 사회나 인류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1930년대 아버지가 쓴 육아일기의 마지막 페이지에 쓴 글이다. 이 글 아래에는 아버지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의 초등학교 6년 개근상이 붙어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이렇게 대를 이어 육아일기를 써오고 있는 김만현(74) 씨. 김씨가 36년간 일기를 써온 것은 순전히 아버지 고(故) 김홍근 옹이 쓴 육아일기가 바탕이 됐다. 육아일기엔 김씨가 태어나기 전부터 중학교 입학 전까지 13년간 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 태어났을 때의 사진과 학교 성적표, 6년 개근상, 아들에게 바라는 점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 육아일기 때문인지 김씨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경북고를 거쳐 서울대 상대에 합격,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

"독자인 제가 이처럼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자랐는데 어떻게 엇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엄했지만 친구같이 친하게 지냈던 아버지였습니다." 육아일기를 펼쳐 보던 김씨는 눈시울을 적셨다. "이 육아일기는 집안의 가보(家寶)입니다. 이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고서적처럼 해진 한지에는 아버지가 직접 써 준 좋은 글귀들 외에도 단란했던 가족사진이 군데군데 붙어 있었다.

이 같은 사랑을 받아서일까. 김씨도 36년째 일기를 써오고 있다. 메모하는 습관이 결국 일기를 쓰게 만들었고 이는 2대를 걸쳐온 사랑이 3대에까지 미칠 수 있는 근원이 되었다. 1남 3녀의 김씨 자녀들도 모두 출가해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1956년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6년간 무역회사를 다니다 1962년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아 11년간 '대영 연탄'을 경영했다. 이 연탄 공장은 당시 '대성 연탄'과 양대 산맥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몇 년 전부터 집에서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일기는 지금도 쓴다. 자신의 일기장들을 훑어보던 그는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자신이 살아가면서 뭘 했는지 기록해두는 것은 삶을 계획성 있게 만드는 좋은 습관"이라고 조언했다.

권성훈기자

사진:김만현 씨의 부친 고(故) 김홍근 옹이 아들을 위해 13년간 쓴 육아일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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